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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찬양 사도의 길(박우곤, 알렉시오, 가톨릭문화기획imd 대표, 제주교구 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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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4강 열기가 조금은 가라앉은 10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찬양 사도의 길을 걷게 됐다. 1996년부터 해온 선교단에서의 찬양봉사를 이젠 풀타임으로,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걸어야 하는 어려운 길에 오른 것이다.

믿음이 강한 부모님조차 말리셨지만, 강렬한 체험을 바탕으로 재정적 부담감을 안고도 평신도 찬양 선교사로 발을 내디뎠다. 주님의 뜻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년 정도는 거의 아무런 활동도 주어지질 않았다. 가톨릭교회는, 아니 주님은 나를 부르지도 써주지도 않으시면서 처절한 외로움과 인내, 무엇보다 내가 잘못 분별한 건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을 안겨주셨다. 미래에 대한 짙은 안개가 나를 감싸고 있었다.

모아놓은 돈을 투자해 1집 앨범을 만들었다. cpbc 라디오에 처음 출연해 앨범을 소개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들려오는 내 목소리를 듣고서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으로 받아본 행사 출연료 4만 원을 품에 안고 집에 가는 내내 울먹이며 운전했던 기억도 있다. 너무나 감사했지만, 찬양사도의 삶이 이렇게 힘든 시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2023년 12월. 20년이 넘는 시간 속에 많은 일이 있었고, 나는 여전히 가톨릭교회 안에 찬양사도라는 이름으로 머물러 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부르심(성소)이라고 생각한다. 잘리고 뚫리고 거친 손길에 내 살갗이 벗겨지는(‘기도 의자가 되어’ 가사 중) 인내와 고통을 통해 주님의 도구가 되어가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현재의 가톨릭문화기획imd 대표와 제주교구 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지기라는 소임 외에도 찬양사도협회 회장도 해보고, 2007년에는 제1회 한국청년대회(KYD) 기획도 맡아봤다. 뮤지컬·연극을 제작해 미국의 LA·뉴욕·워싱턴에서 선보였고, 필리핀에서도 공연을 했다. 강의를 하러 외국에 있는 한인교회도 여러 번 방문했다. 라디오 진행, 유퀴즈 온더블럭(33회) 출연, 광고 촬영까지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이러한 일을 자랑하려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를 이 시간에도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도구로 써주신 주님의 놀라운 축복과 은총을 선포하기 위함이다.

찬양을 공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연을 하고 입장료를 받는 것을 반대하는 편이다. 찬양은 나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주님의 도구로 최선을 다하여 하늘을 감동시킨 찬양은 주님께서 그 몫을 주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만든 찬양곡도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았다. 거저 받은 재능이기에, 주님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찬양사도로서의 마지막 꿈은 내가 눈을 감은 뒤 주님을 만나는 날, “알렉아~ 너의 찬양을 통해 지금 천국에 많은 영혼들이 구원을 받았다. 수고했다”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수십만 번의 찬양이 하늘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지금도 주님의 영광을 위해 기도하고 찬양하는 그분의 귀한 도구들의 축복을 빈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주님의 이름을 높이며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수고하는 모든 이가 다윗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찬양을 할 수 있도록 조력했던 구약의 아삽 같은 인물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이 우리 찬양 사도들이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주님의 도구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와 응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박우곤 알렉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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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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