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판정을 받은 한 젊은 의사가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죽어가는 다섯 명의 환자를 살렸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은애(스텔라)씨는 지난 3일 갑자기 의식을 잃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3일 후 그는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하고 하느님 품에 안겼다. 그는 의사로서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소임을 마지막까지 다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놓았다. 하느님께서는 죽어가는 아픈 이를 위해 제 목숨을 내놓은 그를 분명 직접 맞아주시고 당신과 마주하며 영원히 함께 사는 참 생명을 주셨을 것이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고 하신 주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그는 분명 거룩한 사람이고, 그의 죽음은 숭고한 죽음이다. 34세 짧은 생애였지만 고인의 삶은 영원하신 하느님의 무게를 지닌 삶이다. 하느님을 드러내는 삶은 고상한 말이나 자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에서 증명되기 때문이다. 하느님 현존의 표징인 이러한 삶을 사는 이들을 우리는 “이웃의 성인들”이라고 칭송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성덕은 다름 아닌 충만하게 실천된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지금 우리는 온 인류를 구원하러 오신 구세주를 기억하는 거룩한 시기를 지내고 있다. 이 거룩한 때에 다섯 생명을 살리고 하느님 나라로 간 고인은 뜨뜻미지근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의사로서 생명을 살리는 마지막 소임을 다한 고인처럼 우리 역시 삶 안에서 하느님을 반영할 수 있는 성덕을 실천해야 하겠다. 이웃을 위한 자비로운 삶의 실천이 주님 보시기에 헌신적인 사랑의 표현이며, 일상에서의 성화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