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 안팎으로 일치 영성을 확산해온 한국 포콜라레 운동(마리아 사업회)이 창설 80주년을 맞아 9일 서울과 대구에서 80주년 감사 미사를 봉헌하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회원들은 하느님의 종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 1920∼2008) 창설자의 정신을 되새기며, 일치 여정을 걸어온 80년을 축하했다.
포콜라레 운동 서울본부(책임자 김석렬ㆍ박선아)는 서울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주례로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문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40년 이상 포콜라레 운동에 참여하면서 단순히 포콜라레 운동에 속한 정회원으로만이 아니라 오늘의 교회에 주님께서 허락하신 사랑의 구체적인 실천의 기회들을 더욱더 기쁘게 살아가라고 초대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포콜라레 운동의 큰 핵심 중 하나는 회원들이 매일 생활말씀을 깊이 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겸손한 공동체로 열려있으면서 봉사와 용서, 사랑의 공동체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전했다.
주한 교황대사 대리 페르난도 헤이스 몬시뇰은 축사를 통해 “‘형제애의 건설자’이자 ‘평화의 장인’이 돼달라”고 요청했다. 헤이스 몬시뇰은 “끼아라 루빅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 입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파했고, 이 정신이 포콜라레 회원들에게 살아있다”면서 “투쟁과 분열이 가득한 세상에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전파해달라”고 당부했다.
미사 후에는 포콜라레 회원들이 창설자의 삶을 연극과 노래로 담은 ‘영성산책’을 선보였다. 이어 의사와 교수로 활동해온 안명옥(체칠리아)씨와 포콜라레 운동의 성소자 길을 걷고 있는 정준우(대건 안드레아)씨가 경험담을 나눴다. 같은 날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캠퍼스에서도 장신호(대구대교구) 주교 주례로 80주년 감사 미사가 봉헌됐다.
포콜라레 운동은 1943년 이탈리아 트렌토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던 끼아라 루빅이 창설한 가톨릭 영성 운동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무너지지 않는 영원한 진리는 하느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운동을 펼쳤다. 끼아라 루빅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친구들과 사랑을 실천하며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이들을 보고 따뜻한 벽난로 같다고 해서 포콜라레(Focolare, 벽난로)가 단체 이름이 됐다.
한국 포콜라레 운동은 가정과 사회, 특히 정치ㆍ경제ㆍ교육ㆍ의료 분야 등에 친교와 나눔, 일치의 영성을 불어넣고자 힘써왔다. 끼아라 루빅은 복음적 나눔과 친교 정신으로 경제활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두를 위한 경제, EoC’(Economy of Communion)를 창안, 한국의 성심당을 비롯해 전 세계 1000여 개의 기업체가 EoC를 근간으로 경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새가정 운동과 일치를 위한 정치인 운동, 일치된 세계를 위한 젊은이 운동을 펼쳐왔다. 한국 포콜라레 운동은 1969년 시작했으며, 성직자ㆍ수도자ㆍ신학생ㆍ평신도, 타 종교인 등 2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