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대교구는 지난 1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기억하다, 빛과 소금이 된 이들’ 네 번째 미사로 ‘고 구상 시인 기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문학을 통해 하느님의 정의를 선포한 구상 시인은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종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평생을 독실한 가톨릭 신앙인으로 “삶을 노래하는 구도자”로 불린 故 구상 세례자 요한 시인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기림 미사 강론에서 2004년 시인의 장례 미사 때 바쳐진 성찬경 시인의 추도사를 인용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기교의 경지를 넘어서는 적확 간명한 수사로서 이 시대의 참된 예언자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풍모에서 선생님을 따를 사람은 없었다.” 이어, 온갖 시련 속에서도 마음을 비울 대로 비운 가난한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한 성자의 풍모였다는 회상도 함께 전했습니다.

정 대주교는 그러면서 구상 시인의 글과 신앙인으로서의 삶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구상 시인께서는 문학을 통하여 세상에 하느님의 정의를 선포한 우리 시대의 예언자 역할도 충실히 하셨다고 생각됩니다.”

또 영원 속의 오늘을 시로 노래한 구상 시인의 시 ‘오늘’을 인용하며 마음이 가난한 삶을 주문했습니다.

고 구상 시인은 1919년 9월 서울 이화동에서 태어났고 8.15광복과 6.25전쟁을 겪었습니다. 

격변하는 역사와 개인의 시련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살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수많은 작품을 남긴 한국 문학의 거목이었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프랑스 문인 협회가 선정한 세계 200대 문인으로 선정됐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두 차례 선정된 바 있습니다.    

미사에는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를 비롯한 유가족과 가톨릭 문인회, 구상선생기념사업회 회원과 신자 4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미사후 인터뷰에서 구자명 소설가는 “내년이 아버지 20주기인데 기림 미사를 드리게 돼 서울대교구와 함께 해 주신 신자분들께 감사하고 감격스럽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자명 (임마쿨라타) 소설가 / 故 구상 시인 딸>
이 은혜로움이 많은 분들한테 미쳐서 문학과 또 신앙과 더불어 모든 이들이 함께 사랑하는 그런 날들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한편 서울대교구는 기림미사를 더욱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매년 평신도 주일과 가까이 있는 11월 세 번째 토요일 오전 10시에 미사를 봉헌할 예정입니다.

CPBC 서종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