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墨子, BC 480~BC 390)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지만, 중국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은 묵(墨)이며 이름은 적(翟)입니다.
묵자 사상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평등한 대동 세상을 살기 위해선 서로 조건 없이 사랑하라는 겸애(兼愛)와,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침략하거나 무력으로 공격하지 않는 반전 평화의 개념인 비공(非攻)이 그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인본주의 휴머니즘과 반전평화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천하무인(天下無人) : 하늘 아래 남이란 없다!” 즉,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남이 아니고 나와 같은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한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으며, 신분질서를 내세워 타인을 억압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묵자(墨子)의 가르침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특히 가톨릭교회의 윤리적 가르침 및 십계명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우선 가톨릭교회의 윤리적 가르침과 흡사한 묵자의 이론(10가지 주제)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1. 상현(尙賢) : 유능하다면 농민이나 수공업자도 관리(官吏)로 채용한다.
2. 상동(尙同) :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우지 말고 윗사람의 말을 따른다.
3. 겸애(兼愛) :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해야한다.
4. 비공(非攻) : 어떠한 전쟁(戰爭)도 반대(反對)한다.
5. 절용(節用) : 백성의 이익에 배치되는 재화, 노동력의 소비를 금지한다.
6. 절장(節葬) :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장례(葬禮)를 간소화해야 한다.
7. 천지(天志) :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한다.
8. 명귀(明鬼) : 귀신(鬼神)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9. 비악(非樂) : 사치의 상징인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
10. 비명(非命) : 숙명론(宿命論)을 거부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얼핏 살펴보아도 이 열 가지 주제들은 우리 가톨릭교회의 윤리적 가르침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덟 번째인 ‘명귀’(明鬼)는 그저 무속에서 이야기하는 ‘귀신’(鬼神)의 존재라기보다 인간의 영혼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열 가지 주제 가운데 핵심 주제는 바로 ‘겸애’(兼愛)이며, 다른 주제들은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자, 이제 묵자의 핵심 사상이자 가르침인 ‘겸애(兼愛)’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묵자의 겸애편(兼愛篇)에서 묵자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첫째, 愛人若愛其身(애인약애기신)
“이웃 사랑하기를 내 몸같이 하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십계명에 나오는 ‘이웃사랑’의 계명(5~10 계명)과 흡사합니다.
둘째, 天下之亂物 皆起不相愛(천하지난물 개기불상애)
“천하의 혼란은 모두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이것 또한 십계명에 나오는 ‘이웃사랑’의 계명(5~10 계명)과 흡사합니다.
셋째, 愛人之親若愛其親(애인지친약애기친)
“남의 부모 사랑하기를 내 부모 사랑하듯이 하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십계명 중 제4계명인 “부모에게 효도하여라”는 가르침과 흡사합니다.
넷째, 人無幼長貴賤 皆天之臣也(인무유장귀천 개천지신야)
“사람은 나이와 귀천에 상관없이 모두 하늘의 신하다”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십계명 중 제1계명인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는 가르침과 거의 흡사합니다.
다섯째, 爲彼猶爲己(위피유위기)
“남 위하기를 마치 나를 위하듯이 하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십계명 중 제5계명인 “사람을 죽이지 마라.” 제7계명인 “도둑질을 하지 마라.” 제8계명인 “거짓증언을 하지 마라.” 제9계명인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 제10계명인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는 가르침과 거의 흡사합니다.
이렇게 묵자의 가르침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서양의 가르침이 일치와 화합을 이루는 듯합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 월간 꿈CUM 고문)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