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구유 800주년 기념해 프란치스칸 가족 수도회 방문 구유 앞 기도하면 전대사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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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보여주는 구유. 대림, 성탄 시기면 어김없이 성당과 가정은 저마다 정성을 다해 구유를 꾸민다.
오늘날과 같은 구유의 시초는 800년 전 성 프란치스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임금의 탄생과 작은 마을 베들레헴을 늘 동경했고, 직접 보고 싶어 했다.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아기가 겪은 그 불편함을 보고 싶고, 또한 아기가 어떻게 구유에 누워 있었는지, 그리고 소와 당나귀를 옆에 두고 어떤 모양으로 누워 있었는지를 나의 눈으로 그대로 보고 싶습니다.”(토마스 첼라노,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 84항)
프란치스코는 이런 열망으로 1223년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마을 그레치오(Greccio)에서 베들레헴의 아기 예수 탄생을 재현했다. 성인은 주님 성탄 대축일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고, 실제 소와 당나귀도 데려와 베들레헴 마구간을 그대로 구현했다. 그곳에서 수많은 이들과 전례를 거행했다. 미사 전례 안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오신 예수, 곧 육화의 신비를 처음 재현한 것이다. 이후 전 유럽에 성탄 구유가 설치되고, 세계로 퍼져나갔다. 800년에 이르는 기원을 지닌 구유는 성탄 시기 그리스도 육화의 신비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 구유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교서’ 「놀라운 표징」에서 “성탄 구유는 그 기원인 프란치스코 성인 때부터 특별한 방식으로, 성자께서 강생하심으로써 몸소 택하신 가난을 느끼고 만져 보도록 우리를 초대해 왔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올해 그레치오 성탄 800주년을 기념해 당시 그레치오 동굴 모습을 성 베드로 광장에 재현했다. 교황청 내사원은 내년 2월 2일(주님 봉헌 축일)까지 전 세계 프란치스코 가족 수도회 성당을 방문해 구유 앞에서 기도하면 전대사를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전대사의 일반 조건인 고해성사와 영성체를 하고, 교황 뜻에 따라 주님의 기도, 성모송, 사도신경을 바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한국 프란치스칸가족봉사자협의회(회장 정진철 신부)도 주님 성탄 대축일부터 내년 1월 8일(주님 세례 축일)까지 전국 프란치스칸 성당을 신자들에게 개방하며 그레치오 800주년 운동에 동참한다.
협의회 회장 정진철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관구장)는 “성인이 구유를 만든 이유는 가난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의 겸손과 가난을 직접 보고자 한 것”이라며 “성인은 그 기쁨을 형제, 주변 신자들과 함께 나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레치오 성탄 800주년을 맞아 그가 느끼고자 했던 육화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열망을 다시금 되새기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