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한의 형제자매님들, 안녕하셔요?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당신의 조건 없는 사랑을 주시려고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구세주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신 것은 모두가 서로 사랑하여 행복하라는 뜻이었는데, 우리는 매해 이렇게 내 피붙이와 서로 반목하며 성탄을 덧없이 흘려보내고 있네요. 그대에게 미안하다고, 거기에서 애쓰며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에서 사랑하는 내 형제자매들에게 화해와 평화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볼펜으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글에서 민족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진심이 느껴진다. 순교자의 모후 전교 수녀회가 올여름 강화군 교동도에 건립한 ‘화해평화센터’에서 소임 중인 두 수녀가 북한 동포에게 띄운 첫 성탄 카드 내용이다. 화해평화센터장 강민아(마리요한) 수녀와 고성순(마리미쉘) 수녀다.
구세주 오심을 앞두고 성령의 비둘기처럼 하얀빛을 띠는 화해평화센터 정문 앞에도 근사한 성탄 트리가 세워졌다. 어쩌면 북한과 가장 가까운, ‘최전방 트리’인 셈이다. 두 수녀는 북녘 사람들을 떠올리며 만든 트리 앞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나란히 성탄의 기도와 기쁨을 담은 카드를 들어 보였다.
교동도는 북한과 불과 약 2.5㎞ 떨어진 인천 강화군 최북단 섬이다.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쪽에 있어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황해도와 마주 본다. 6·25 전쟁 때 많은 피란민이 건너와 정착한 까닭에 ‘실향민의 섬’이자 ‘평화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선 북녘 주민들이 오가는 모습도 생생히 보인다. 순교자의 모후 전교 수녀회가 설립자 고 최기산(전 인천교구장) 주교의 북방 선교 염원에 따라, 이곳에 평화의 터전을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다. 화해평화센터는 평화교육·순례와 함께 다양한 전시와 강연을 열고, 지역민 대상으로 성경 통독 교실도 운영하며 평화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두 수녀는 비록 북한에 직접 보내진 못하지만, 트리 옆 우편함에 카드를 넣었다. 그 안에 담은 사랑과 통일 염원이 북녘땅에 닿기를 기도하면서. “북한 동포들이 만약 정말 이 성탄 카드를 받게 된다면, 하루라도 더 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오지 않을까요?” 두 수녀의 바람과는 달리, 교동도 해안을 겹겹이 둘러싼 철책과 70년 분단의 현실이 야속할 따름이다. 더욱이 최근 9ㆍ19 군사합의 파기와 함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평화는 다시금 멀어지는 듯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강민아 수녀는 미소를 띤 채 “지금 상황이 안 좋다고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느님과 인간의 시간은 다르잖아요. 이런 때일수록 희망을 버리지 말고 부단히 기도해야죠. 그럼 반드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참된 평화를 주실 거예요.” 수녀들은 카드에 적힌 기도와 주님 탄생의 은총이 바람을 타고 북녘에 가닿기를 다시금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