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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작은 도움이면 된다 /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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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찬바람이 부는 연말에는 평소 잊고 지냈던 소외된 이들을 생각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인지상정이었던 것 같다. 지하철 구내에서 마주치게 되는 구세군 자선냄비도 겨울에는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겨울에 가난한 이웃을 챙기던 풍경도 퇴색돼 가는 듯하다.

12월 13일 경기도 성남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집’에서 10년 넘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봉사하고 있는 김명기(마르타)씨를 만났다. 김명기씨는 ‘내가 왜 사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들 정도로 우울증을 겪다가 2013년 4월부터 ‘안나의집’에서 봉사를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연을 감격에 겨워 들려줬다. 식탁에 숟가락을 놓고, 노숙인들과 인사 나누고, 음식을 배식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금전 후원도 한다. 한때는 몸이 멀쩡하고 젊은 사람이 ‘안나의집’에 와서 밥을 먹으면 곱지 않게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딱한 사정이 있겠거니 여기며 새 삶을 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다.

‘안나의집’ 봉사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국가에서 과거와는 달리 많은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회 복지시설들의 역할은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국가와 사회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위해 교회 복지시설이 담당하는 몫은 작다고 볼 수 없다.

지금은 ‘안나의집’이 널리 알려져 후원자들이 늘어났지만 초창기에는 재정적으로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소수가 큰 액수로 돕는 것보다 다수가 작은 후원과 봉사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지순 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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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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