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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우선적 선택

[월간 꿈 CUM] 전대섭의 공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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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인 60대 어머니가 30대 중증 발달장애 아들을 숨지게 했습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는 자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목숨을 건졌습니다. 사람들은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지”라며 너무 매정하다고 말합니다. 수긍이 갑니다. 

저는 이 기사를 접하고 한동안 가슴이 아렸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 엄마에게 홀로 남은 중증 발달장애 아들이 헤쳐나가야 할 세상은 죽음보다 더 두렵고 어두운 전쟁터였을 겁니다. 그래서 아들의 남은 삶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 생각했겠지요. 엄마의 염려일테지만, 현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래전입니다만, 교회가 굳이 대형 병원을 운영(경영)해야 하는가를 두고 갑론을박한 적이 있습니다. 병원뿐인가요. 대학교와 초·중등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구 혹은 수도회가 굳이 그런 기관을 소유하고 운영해야 할까요. 소유 자체가 문제일까요, 교회 정신 구현(넓은 의미의 구원사업)이라는 명분에 비해 빈약한 현실이 문제일까요.

‘성요셉 의원’을 기억하실 겁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의사로서 온 삶을 바쳤던 선우경식 원장이 설립하고 운영했던 무료 의원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많이 알려져 여러 기관에서 주는 상도 받았습니다. 수익사업 하나 없이 무료 의원이 유지되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물론 이웃들의 십시일반 도움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선우경식 원장이 돌아가신 후 의원은 교구에 귀속되었고, 이후 여러 불편한 소식과 갈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고, 선택의 첫째 기준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입니다.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 잉태한 생명을 선택한 미혼모,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은 거리의 청소년들, 부당하게 인권을 침해받는 이주 노동자들…. 성요셉 의원과 강남의 대형 교회병원. 이 둘 중 어느 것이 교회 정신에 더 부합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지는 압니다. 교회가 그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이 돈 때문에 외면한다면 더욱 말입니다.


글 _ 전대섭 (바오로, 전 가톨릭신문 편집국장)
가톨릭신문에서 편집국장, 취재부장, 편집부장을 역임했다. 대학에서는 철학과 신학을 배웠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바보’라는 뜻의 ‘여기치’(如己癡)를 모토로 삼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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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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