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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친환경제품으로 다 해결될까(김혜연 도르가, (주)하나루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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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솔직하게, 정말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 정말 환경이 좋아질 수 있어요?”

엄마와 아빠의 환경 사업을 자랑스러워하며 응원하는 딸이 어느 날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엄마·아빠가 하는 사업이 잘되면 기후변화가 해결될 수 있어요?”

요 몇 년 사이 ‘지구를 위한다’는 말이 아주 익숙해졌습니다. 트렌디함을 지나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한 느낌까지 듭니다. 익숙해지는 만큼 우리가 거뜬히 해낼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상은 마냥 초록빛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친환경적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지요. 탄소중립의 전략적 동반자인 전기차도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한다면 내연차와 크게 다를 바 없을 수 있습니다. 더더군다나 잘 타고 있던 내연차를 폐차하거나 팔고 전기차를 산다는 것은 기대하는 것보다 친환경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전기차도 자원 채굴에서부터 시작하여 생산 전(全) 과정에 걸쳐 환경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예쁜 에코백도 좋고, 디자인 잘빠진 엔진 소리 안 나는 전기차도 좋으니 친환경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원래 내가 쓰던 모든 것들을 또 다른 대체품으로 바꾸는 행위만으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소재, 다른 대체품을 지금까지의 소비 방식 그대로, 아니면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은 아무리 그 물품에 ‘친환경 마크’가 찍혀있다 할지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죠.

우리는 산업화 이후 이미 많은 자원을 사용했습니다. 지구 자원은 고갈되어 가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것들을 발명하고 생산하는 능력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계속, 더 잘, 더 빨리 만들어내면 과연 지구가 온전할 수 있을까요?

어쩌죠?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의 편리함과 풍요로운 소비 생활을 영위하며 환경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불편함을 선택하는 희생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소비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기업도 많이 만들어 많이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뿐인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인부터 단체까지 모두가 삶의 패러다임을 시급히 바꿔야 합니다. 전 지구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혁신적인 창의력과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당장 말이죠. 결코 쉽지 않기에 함께 해야 하고, 그래서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아니, 우리만으로는 부족하지. 우리는 작은 힘을 보태는 거야.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해. 그러면 함께 해서 기적이 일어날 수 있어.”

엄마의 대답을 듣는 딸의 얼굴에 생각의 그늘이 집니다. 아직 저는 제 딸에게 좀 더 시원하게 대답해줄 수 있기 위해, 제 딸과 그 친구들, 그들의 아이들 앞에 떳떳한 엄마이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각과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 이 지구와 우리가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혜연(도르가) (주)하나루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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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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