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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산골마을 유일한 생명수 ‘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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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화 수녀가 아이티 오리아니 쎈뽈진료소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안옥화(로사리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수녀는 2014년부터 지금껏 9년째 중앙아메리카 섬나라 아이티의 깊은 산골 마을에서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티는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독립국이면서도 독재와 군부 쿠데타로 정국이 여전히 혼란스럽다. 가톨릭 국가이지만, 교회가 독재와 군부 정권에 반대하자 사제들을 추방하며 교회를 박해하고 있다. 얼마 전엔 갱단 간 분쟁으로 2만 2000여 명의 난민이 발생할 만큼 크나큰 혼돈을 겪고 있다. 정치ㆍ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아이티에서 안 수녀는 “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갱단들에게 집과 땅을 빼앗기고 큰 아픔으로 방황하며 살고 있다”며 “저도 생명의 위협 때문에 산 아래 도시로는 내려가지 못한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안 수녀가 있는 무료 진료소는 아이티 수도에서 동남쪽으로 4~5시간 달려 더 이상 차로 올라갈 수 없는 곳에 다다르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는 ‘오리아니 마을’에 있다. 해발 1600m 산골에 자리한 이 마을에서 안 수녀를 비롯한 한국인 수녀 1명과 아이티인 수녀 1명이 수녀원에 살며 ‘오리아니 센뽈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매달 500여 명의 환자를 무료 진료하는 ‘사랑의 진료소’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맞닿은 국경을 넘나들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던 이곳 오리아니 마을 주민 대부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농사를 짓고 살던 가난한 농부들도 더욱 어려워졌다. 급기야 오리아니 마을에선 영양실조 아동이 급속히 늘어났다. 요즘 쎈뽈진료소는 치료뿐 아니라 만성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는 아동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오리아니 마을엔 우물조차 없다. 전기도 너무 귀하다. 주민들에게 유일한 생명수는 ‘빗물’이다. 마을 전체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빗물 저장 탱크가 주민 모두의 유일한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안 수녀가 있는 ‘성 안나와 요아킴 본당’은 성당 구내에 빗물 저장 탱크 하나 더 마련하고자 노력해오고 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주민들이 힘을 모아 빗물 저장 탱크가 들어설 자리에 땅을 파놓았는데, 안타깝게도 더 이상 공사 진척이 없다. 치솟는 시멘트 가격과 철근 물가를 가난한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계속된 태풍과 호우로 파뒀던 구덩이마저 토사로 덮여버렸다. 동시에 이들의 꿈마저 깜깜한 흙 속에 갇힌 상황이다.

안 수녀는 “빗물 저장 탱크야말로 주민들의 유일한 생명수가 될 것”이라며 “이들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가톨릭평화신문 독자들이 도와주시면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몇 년 만에 만난 안옥화 수녀님의 얼굴에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며 살아온 고생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수녀님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빗물 저장 탱크의 필요성을 절실히 요청하셨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기도와 도움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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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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