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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현 신부의 사제의 눈] 단일민족 한국, 새해 다문화·다민족 국가 된다

조승현 신부(CPBC 보도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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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내 외국인 비중이 처음으로 인구의 5를 넘어서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한다. 아시아에서 최초다. 외국인 근로자를 먼저 받아들인 일본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다인종·다문화 국가’ 진입은 주민 20명 중 최소 1명이 외국인 또는 이민자 2세, 귀화인으로 구성된 국가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호주, 캐나다가 있다.

이미 우리는 ‘대한외국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콩고의 왕자로 불리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하는 조나단과 그 동생 파트리샤, 여러 방송에서 독일의 다니엘,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벨기에의 줄리안을 만날 수 있다. 미국인 타일러의 한국어 실력은 놀랍다. 지난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인요한’ 위원장이 맡았다. 인 위원장은 한국에서 나고 자라 귀화한 한국 사람이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능숙한 우리말 실력으로 즐거움을 주던 외국인은 더 이상 ‘특집’이 아니다.

국제결혼도 더 이상 생소한 풍경이 아니다. 농촌 총각에게 시집오는 외국인 부인 이야기는 옛말이다. 결혼하는 부부 10쌍 중 1쌍은 다문화 부부이다. 동남아 국적 중심의 국제결혼도 벗어나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 그런 국제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 영상이 유튜브에 넘쳐난다. 다인종·다문화 국가 진입으로 정부는 법무부 산하 ‘이민청’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다인종·다문화 국가’ 진입으로 우리 사회의 ‘단일민족’ 신화가 깨졌다. 같은 핏줄, 같은 언어를 쓰는 이들만 똘똘 뭉쳐 이주민을 배척해 왔다. ‘살구색’을 ‘살색’으로 부르던 우리였다. 혼혈 가수 인순이(체칠리아)가 겪은 차별 이야기는 ‘단일민족’ 신화를 바탕으로 우리 공동체가 저지른 폭력이다. 2007년에는 아예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교과서에서 빼버렸다. 우리 공동체의 미래인 10대들은 이미 ‘단일민족’보다 ‘대한외국인’이 친숙하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우리 공동체의 이웃을 새롭게 더욱 넓혀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의 큰 틀은 ‘동화(同化)주의’였다. 우리나라 문화에 이주민이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생활이 불편하면 ‘너희들’이 변하고 맞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주민과 내국인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共生)주의’로 변화해야 한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와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를 서로 존중해야 한다.

외국인을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공생주의’는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을 막을 수 있다. ‘여성’, ‘흑인’을 고리로 맥도날드 모델 박제니에게 자행하는 욕설과 혐오는 우리 공동체의 파시즘 리트머스 시험지다. 혐오는 선입견과 두려움을 바탕으로 진영 상관없이 이뤄진다. 인터넷 댓글에는 약소국에 대한 끝없는 혐오와 편견이 넘친다.

무엇보다 종교 혐오가 걱정이다. 대구 이슬람 모스크 건설을 통해 보여준 무슬림 혐오는 우리 사회 마음의 크기를 보여줬다. 동성애 혐오와 함께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동력으로 삼으려는 일부 종파의 모습은 우리 가톨릭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알게 해줬다. 외국인에 대한 포용은 세계적인 종교인 우리 가톨릭이 잘할 수 있다. 이주사목위원회를 중심으로 외국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하는 사목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이미 한국 가톨릭교회는 ‘다인종·다문화’를 살고 있었는지 모른다. ‘가톨릭(Catholic)’이라는 말 안에서 타인을 혐오와 차별이 아닌 포용과 연대로 함께해야 한다는 교회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다인종·다문화’의 중심이 가톨릭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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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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