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청원과 응답

[월간 꿈 CUM] 회개 _ 요나가 내게 말을 건네다 (11)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제가 곤궁 속에서 주님을 불렀더니 주님께서 저에게 응답해 주셨습니다.”(요나 2,3)

성경은 전부라고 하여도 무리가 없을 만큼 하느님께 부르짖는 인간의 애절한 탄원과 가엾은 인간을 자비로 돌보시어 응답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기도가 그러하였고, 야곱의 애절한 기도가 그러하였으며, 이집트로 팔려가 어두운 감옥으로 끌려가며 절절히 기도하였던 요셉의 울부짖음이 그러하였습니다.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짖던 모세의 기도가 그랬고, 엘리야 예언자를 비롯한 이사야, 예레미야 예언자들의 탄식의 기도가 그러하였으며, 용서해 달라던 다윗 임금의 참회의 기도가 그러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욥이 그렇게 기도하였고, 곤궁에 빠진 수산나와 왕비 에스테르의 애절한 부르짖음이 그러하였습니다. 토빗기의 토빗과 사라의 기도가 그렇듯 간절하였고, 마리아의 기도와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만났던 시메온, 한나 예언자의 애원이 그러하였습니다.

예수님을 만났던 수많은 병자들은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예수님을 목 놓아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은 끝내 자신들 울부짖음의 기도 끝에 하느님의 응답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의 아름다운 음성을 들은 이들은 그 응답을 기억하고 또 추억하여 주님 사랑의 만남을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들은 늘 주님의 응답을 그리워하며 추억하고 기억하며 살았습니다.

아브라함은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라는 주님의 명령을 듣고 약속의 땅으로 갔으나 외아들마저도 죽여 당신께 바치라는 잔혹한 주님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추호도 주님을 의심하지 않았던 아브라함은 밤마다 수없이 바라보았던 하늘의 별들을 보고 또 보며 그분의 약속을 분명히 기억하였을 것 입니다.

모세도 불평불만이 많았고 거역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40년 천신만고 끝에 약속의 땅에 당도하였으나 끝내 그곳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홀로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 옛날 미디안 광야의 타는 떨기나무 아래에서 들었던 하느님의 음성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였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자신이 자랑할 세속의 모든 것을 쓰레기로 여기며 달릴 길을 다 달려 마침내 죽음의 문턱까지 왔을 때, 로마의 트레폰타네에서 목이 떨어지는 순교의 순간, 다마스쿠스로 달려가던 길에서 만난 예수님의 음성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였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모든 제자들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최후의 만찬 중 사랑의 예수님을 회상하며 그분께서 간절히 당신을 기억해 달라던 음성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복음은 성모님의 생애를 끊임없이 ‘기억하신 분’으로 증언하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신앙인은 근본적으로 ‘기억하는 사람’ 입니다”(「복음의 기쁨」 13항)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렇듯 성경은 곤궁에 빠진 인간의 애절한 기도와 자비의 하느님 응답, 그리고 하느님 사랑의 응답을 기쁨과 환희로 기억하는 아름다운 증언의 기록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도 절망 중에 하늘을 우러러 주님께 부르짖을 수 있어야 하며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불치병으로 죽음 직전까지 마지막 삶을 체험하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이들의 한결같은 증언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주님을 부르고 또 불렀다는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나 창피함을 떨쳐버리고 복음의 병자들처럼 애절함을 가득 안고 절절히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태 9,27)라고 목 놓아 외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드디어 주님의 응답을 들었습니다. 과연 신앙은 절망 가운데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주님을 신뢰하며 부를 수 있는 믿음인 것입니다. 그리고 참 신앙인은 그렇게 처절하게 사셨던 바오로 사도의 신앙 고백을 함께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8-39)

그래서 같은 체험을 했던 요나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큰 물고기 속에서 주님께 간절히 부르짖었던 청은 오직 하나,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였습니다. 그리고 끝내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주님만이 나를 아시고 나를 곤경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임을 잊지 말고 주님을 간절히 부르십시오. 분명 그분 사랑과 자비의 응답을 들으실 것입니다.”
 
배광하 신부

글 _ 배광하 신부 (치리아코, 춘천교구 미원본당 주임)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춘천교구 배광하 신부는 1992년 사제가 됐다. 하느님과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며, 그 교감을 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삽화 _ 고(故) 구상렬 화백 (하상 바오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2-2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6

1테살 5장 11절
여러분이 이미 하고 있는 그대로, 서로 격려하고 저마다 남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