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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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146) 분열된 교회 / 로버트 미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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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톨릭교회가 심각하게 분열됐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당시와 같은 수준이 아닐까? 교회 내 균열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분명하게 보인다. 사제와 주교, 추기경들은 이 온라인 강론대에서 자신의 신학적(실제로는 이념적) 견해를 밝힌다.

지난해 11월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텍사스주 타일러교구장 조셉 스트릭랜드 주교를 해임했다. 2012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임명한 스트릭랜드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앙의 유산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현 교황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스트릭랜드 주교는 지난해 10월 말 로마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찬탈자’라고 비난했다. ‘모든 것이 커다란’ 텍사스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현 교황이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큰 실수였다. 게다가 교황의 교구 안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정말 엄청나고 치명적인 실수였다.

스트릭랜드 주교는 이번 일로 프란치스코 교황 반대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일로 교황에 대한 적대감을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 교황 측근들의 생각은 오판이었다. 스트릭랜드 주교 지지자들은 온라인 전장에 나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 온갖 욕을 퍼부었다. 독재자는 그나마 나은 수준이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수많은 주교들을 해임했지만, 재밌게도 이들은 이를 잊고 있다. 이 저격자들은 주미 교황대사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을 비롯한 교황의 측근들이 스트릭랜드 주교를 해임한 이유를 알리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교황은 이를 해명할 필요가 없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그러지 않았다.

지금의 ‘일시적인’ 가톨릭교회 수장에 대항하는 고위 성직자는 스트릭랜드 주교뿐만이 아니다. 전 주미 교황대사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2018년 8월 교황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사임을 요구했다. 그는 시어도어 맥캐릭의 성추행을 교황이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비가노 대주교도 쉽게 해임됐지만,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의 경우는 다르다. 신학자이자 독일 레겐스부르크교구장이던 뮐러 추기경은 똑똑하다. 그는 현 교황이 쇄신하고 공식화한 신앙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 가장 정통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2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신앙교리부 장관에 임명됐고,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이후에도 장관직을 유지했지만, 결국 2017년 재임되지 못했다. 뮐러 추기경은 책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의 오랜 관습과 전례를 깨는 것에 대해 자신이 느낀 당혹감을 거침없이 공개했다.

교회 안에는 교황보다 뮐러를 지지하는 수많은 주교와 사제들이 있다. 평신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분열이 됐는지 계량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분명 교회는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1차 회기 「종합 보고서」에서 분열(division)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단 한 차례 나온다. 8장 ‘교회는 사명이다’ f항에서다. 내용은 이렇다. “또한 총회에서 많은 이들이 말한 것처럼, 하느님 백성 안에서 불평등과 분열을 영속시키는 일종의 평신도 엘리트주의가 생겨나면서 평신도들의 ‘성직자화’의 위험도 발생한다.”

「종합 보고서」에는 교계제도 안에서의 분열에 관해 이렇게 언급돼 있다. “어떤 주교들은 주교들 안에 충만한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신앙과 윤리 문제에 개입하기를 요청받았을 때 불쾌감을 표현한다. 주교의 단체성과 신학적 사목적 관점의 다양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12장 h항)

우리는 「종합 보고서」를 통해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들었다. 현재 교회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 자체로도 놀랍다. 분명 교회 내 분열이 있고, 적지 않은 주교들이 공개적으로 말을 주고받는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계자를 뽑을 때 이러한 분열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연 추기경들이 「종합 보고서」의 방법론을 받아들여 실제로는 존재하는 분열을 인정하지 않을까? 좀 더 중요하게는 추기경들이 어느 편에 서서 표를 던질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70 이상을 서임했지만, 이 추기경들이 교황이 펼쳐놓은 지도로 교회를 이끌 후보자를 선출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많은 수의 추기경들은 진정한 의미의 ‘프란치스코의 주교’들이라 불릴 수 없다. 이들 추기경들이 타협적인 후보를 뽑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이 분열을 치유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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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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