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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열 수사의 다리 놓기] 축복에 대해 바뀐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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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동성 커플을 축복해 줄 수 있다는 교황청의 최근 문헌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동성 커플을 축복한 이동환 목사가 감리교에서 출교 처분을 받고 열흘 뒤였다. 그래서인지 교황청의 결정에 가톨릭보다 일반 언론과 개신교계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13년 “하느님을 진심으로 찾고 교회의 신앙 안에서 살려고 노력하는 동성애자들을 내가 누구라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그 뒤로 그는 동성 커플을 만났고 신앙 안에서 자녀를 양육하려는 이들을 격려했다. 이전의 교회 입장과 달리 그는 동성 커플의 삶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시민결합법’을 지지하고 있다.

교회 밖의 사람들도 교종의 이런 행보에 감동한다. 모든 인간이 존엄하며 누구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보편 인권의 문제이고, 교종이 다수가 아닌 소수, 강자가 아닌 약자의 편에 서기 때문이다. 언론과 지식인들은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가 오랜 전통과 관습의 무게를 견디면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것에 주목한다. 반대와 몰이해는 오히려 교회 안에서 볼 수 있다. 일부 성소수자들과 앨라이(지지자)들은 교회의 변화가 너무 느리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그 반대편에서는 교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탈선한’ 교종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자고 한다. 성소수자 이슈는 정치 문제와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 ‘뜨거운 감자’다.

가톨릭교회의 교리와 규율이 절대 불변인 것처럼 생각하고 성직자와 신자들이 로마에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시계를 조금 되돌려보자. 교황청은 2021년 3월 15일 ‘동성 결합 축복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신앙교리성의 답변’에서 그것이 “불가하다”고 발표했다. 한 쪽에서는 거기에 환호했지만 실망과 우려를 드러낸 신학자와 사목자도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일부는 공개적으로 불복했다. 서구에서는 성소수자들을 만나는 성직자, 수도자들이 많다. 그들에게 ‘성소수자’는 개념이나 범주에 그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고 이름이기도 하다. 성소수자들 중에는 독실한 그리스도인들도 많고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목자들은 그들이 더 이상 ‘벽장 속’에 숨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동성 배우자들이 서로에게 신의를 약속하면서 교회의 축복을 청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신호를 꾸준히 로마에 알렸다. 그 사이 신앙교리부 장관도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추기경으로 바뀌었다. 신학적 숙고와 사목적 배려로 이번 결정이 나왔을 것이다.

사회에서 그렇듯 교회 안에도 때로는 상반된 견해가 있다. 그럴 때는 서로 손가락질하거나 세력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비추어 식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와 경청을 통해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은 빼놓을 수 없다.
신한열 프란치스코 수사(떼제공동체·공익단체 이음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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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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