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11)
동방 박사들의 방문으로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의 빛으로 드러났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이를 경축하는 날이다. 공현(公顯)은 ‘공적으로 드러남’을 뜻한다.
성탄 구유도 아기 예수와 그를 보호하고 있는 마리아, 요셉 곁에 동방 박사들이 함께하면서 비로소 완전한 모습을 띤다.
신약 성경 본문에서 박사라는 단어는 마술사와 점성술사를 뜻하는 ‘마고스’(magos)로 나온다. 보통 성경에서 점성술사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마태오 복음서에 이들은 탁월한 지혜를 가진 이방 세계의 현자들로 나타난다.
즉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구원의 빛이 유다인을 넘어 이방 민족에게까지 비춘다는 사실을 뜻한다. 모든 민족을 대표하는 동방 박사를 통해 하느님의 보편 구원 계획이 보여지는 것이다. 동방 박사는 교회 전승 안에서 멜키오르, 발타사르, 가스파르로 알려졌고, 중세 때부터 성인으로 공경됐다.
이들은 황금·유향·몰약을 예물로 가져왔다. 황금은 가장 값비싸고 귀한 보물이다. 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황금을 드린 것은 그리스도의 고귀함과 하늘과 땅의 왕이신 예수의 왕권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유향은 대사제로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뜻한다. 과거 거룩한 성전에서 제사를 올릴 때 태우던 향료였던 유향은 인간이 하느님께 바치는 가장 경건한 봉헌물로,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께서 하느님이심을 고백하고 구세주를 찬미하는 행위다. 몰약은 장례예식에 쓴 약물로 그리스도 수난의 신비를 의미한다. 구세주의 사명을 상징하는 예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주님 공현 대축일 삼종기도 훈화에서 “동방의 현자들은 그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린 선물로 유명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먼저 ‘부르심’, ‘식별’, ‘놀라움’이라는 세 가지 선물을 받았다”며 “이는 우리와도 관련된 귀중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인생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달았을 때, 많은 고통을 겪은 후 그분의 목소리를 식별했을 때, 또 그분께서 선사하신 놀라움을 깨달았을 때를 되돌아보고 잘 간직하자”고 당부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원래 1월 6일이다. 선교지인 한국 교회는 사목 편의에 따라 1월 1일 다음에 오는 2~8일 사이의 주일에 지낸다. 그리고 성탄 시기는 ‘주님 세례 축일’로 끝난다. 다만 한국 교회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이 1월 7일이거나 8일인 때에는 대축일 다음 날인 월요일에 주님 세례 축일로 기념한다. 따라서 올해는 1월 8일에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성탄 시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