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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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희화한 예능 프로그램에 신자들 뿔났다

교리 이해 부족, 흥미 위주성직자 향한 선 넘는 질문, 종교에 대한 신뢰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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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방송 캡쳐.

최근 성직자들이 출연하는 한 방송에서 교회 가르침과는 어긋난 발언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타는 일이 일어났다. 방송에서 교리에 맞는 내용이 방영되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톨릭, 개신교, 불교 3대 종단 성직자들의 속세 체험기를 다루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이 출연 성직자들에게 ‘그리스도교가 혼전 순결을 지향하는 이유’에 관해 묻는 내용이 최근 방영됐다. 그러자 출연 사제가 “가톨릭교회 내 생명윤리에서는 사정 직후부터 생명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에 사실 자위 행위도 하면 안 된다”고 답한 것이다. 성(性)의 도구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었지만, 교회 생명 가르침과는 맞지 않은 사제의 답변이 고스란히 방송되면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온라인에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정경헌(알렉산델, 22)씨는 “사제도 진행자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방송이 대중의 재미를 위해 종교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예능화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자칫 신자와 비신자들에게 잘못된 교리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는 “교회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이 시작된다고 가르친다”며 방송 내용이 오류임을 지적했다. 박 신부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으며, 교회는 성행위를 남녀가 서로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부부의 사랑과 일치를 표현하는 행위로 본다”며 “혼전 성관계나 자위 행위는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성을 사랑과 생명으로부터 분리시키기에 순간적 쾌락으로 소비하는 성적 충동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출연 성직자들에게 ‘속세’를 체험하도록 만든 예능이다. 청년 문화를 두루 탐방하고, 성소수자 주제나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을 바라보는 종교별 시각 등을 다룬 내용은 참신했지만, 성직자들이 타로카드를 하거나, 고급 외제차를 타면서 소유를 즐기는 장면, 교리와 다른 내용이 방영되고, 진행자들이 짓궂은 질문을 하는 등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당 방송은 12월 중순 종영됐다.

이 요한 보스코(28)씨는 교회에서 미신 행위로 간주하는 타로카드를 성직자들이 하는 방송을 보고 “프로그램의 세부사항이 사전에 성직자들에게 얼마나 공유됐는지 의심스러웠다”며 “젊은 세대를 겨냥한 방송이라지만, 표양이 되진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이 가브리엘(29)씨도 “방송사 측에서 교리를 충분히 점검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종교 가르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프로그램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종교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는 듯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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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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