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서 제일 아름다운 기억은 무엇입니까?”하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셀 수 없이 많은 생의 장면들 가운데 유독 하나를 택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998년 작품 ‘원더풀 라이프’는 이 곤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며 우리네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천국으로 가는 길목에 ‘림보’라는 신비한 공간이 있고, 죽은 이들은 그곳에서 각자 ‘가장 소중한 기억’을 고르게 됩니다. 그렇게 선택된 기억 하나만을 가지고 영원한 안식에 드는 것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던 순간”,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며 자살을 접었던 어느 벼랑 위”, “지진을 피해 대피한 숲속에서 나눠 먹던 따뜻한 밥”, “귀지를 파주던 어머니 무릎의 아련한 냄새”….
감독은 수백 명의 실제 인터뷰를 거쳐 뽑은 추억들을 영화에 집어넣습니다. 그 가운데 몇 명은 직접 출연까지 했고요. 안타깝게도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림보의 직원들은 이승을 하직한 이들이 최선을 다해 지난날을 되짚을 수 있도록 돕고, 하나의 추억이 정해지면 그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선물합니다.
러닝타임 두 시간을 꽉 채우는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들은 어느새 지난날을 반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스크린 속 인물들처럼 빛나는 순간을 찾는 과정에서 인생 전체를 되새기는 것이지요. 이 작품이 주는 놀라운 선물입니다. “영화관 밖에서 진정으로 시작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어느 평론가의 말 그대로입니다.
“50년이 지나서야 내가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어. 정말로 멋진 일이야.”
주인공의 깨달음을 통해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기억’의 일단을 드러냅니다. 다른 사람에게 행복한 기억을 안겨줄 때 나의 기억 또한 아름다워진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결코 강요하지 않고 모든 답을 관객에게 맡깁니다.
언젠가 지상에서의 우리 삶이 끝난 뒤 “네게 가장 귀한 기억은 무엇이었더냐?”하고 주님이 물으실 때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가슴 깊이 저마다의 따뜻한 응답을 안고 살아가는 행복한 새해, ‘원더풀 라이프’이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