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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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클린, 그린 사회를 향해 / 강성숙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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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를 맞이하고 보니 몇 년 전에 근무했던 노인복지시설에서의 새해 아침이 기억납니다. 숲에 둘러싸인 작은 동산 언덕에 굳건하게 세워져 노인 인구가 당연히 으뜸인 작은 읍내에서는 그냥 작은 위안이 됐던 곳이기도 합니다. 어느 해의 새해 아침, 요양원으로 가기 위해 수녀원 현관문을 여는 순간, 와! 세상을 온통 하얀 담요로 덮어 놓은 듯 하얀 눈이 가득히 쌓여있었습니다. 초록색 나무들도 흰옷으로 갈아입었고 시커먼 도로도 하얀색 카펫을 펼쳐 놓은 듯했습니다. 요양원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하기에 빗자루를 들었지만, 마치 하느님께서 주신 새해 선물을 훼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잠시 망설였던 생각이 납니다.

어느 교육과정에서 “환경,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으니 어머니 지구를 살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고 당차게 내 의견을 표출한 순간, 많은 참가자가 공감하며 지지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토론을 시작하고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 합시다, 줄여야 한다, 하지 맙시다”는 의견은 압도적이었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단호한 행동적 의지는 크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 결과가 미흡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생각 속에 ‘환경 보호’라는 의식이 심겨 있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자연환경은,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우리가 거저 받았으니 마음껏 즐기는 것으로는 그 의미를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어떻게 잘 사용하고,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행동 실천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회용 용기를 줄이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버려진 일회용 컵, 접시, 수저는 가정에도 본당에도 각종 매장에도 국가적 행사에도 가득히 쌓여있습니다. 일단 사용하면 편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편하고 힘들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편리와 불편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요, 사회입니다. 아마도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일회용 도구들을 사용한다고 해서 당장 환경 파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또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환경의 변화를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끔은 수많은 환경 지킴이들과 환경 운동가들, 제로웨이스트 실천가들의 노력, 또 작게는 본당에서 활동을 통한 공동의 집 지키기 운동들의 수고로움이 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이 기름진 땅으로 데려와 그 열매와 좋은 것을 먹게 하였다. 그러나 너희는 여기 들어와 내 땅을 더럽히고 나의 상속 재산을 역겨운 것으로 만들었다.”(예레 2,7)

하느님의 분노가 가슴을 파고드는 것처럼 매섭습니다. 우리게 주신 당신의 창조물을 잘 돌보라 하셨거늘 우리 사람들은 그저 편리함과 덜 수고로움에 현혹되어 환경을 지키고 돌보는 의무를 애써 외면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겠습니다. 앞으로 몇 년 후의 미래를 미리 들여다보면 암담합니다. 우리 시대를 넘어 다가올 세대들에게 참담한 환경을 넘겨주는 그 날이 반드시 올 것만 같은 생각을 버릴 수 없기에 두렵습니다.

재생 에너지를 요구하는 시장의 소비자와 다국적 기업들의 요구는 이제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가 됐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은 그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후환경의 변화에 대처하는 정책이야 국가에 맡기더라도 우리는 환경 살리기 운동으로 공동의 집을 지키려는 작은 노력을 계속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함께, 다 같이, 다시 한번 비좁은 도시공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할 수 있고 친환경적으로 생명과 즐거움이 함께하는 ‘클린, 그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강성숙 수녀는 1985년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회에 입회해 1993년 종신서원했다. 이후 수녀회 양성 담당, 성 빈첸시오의 집 노인전문요양원 원장, (재)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회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안산 본오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강성숙 레지나 수녀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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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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