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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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우리는 죽은 이들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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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추위의 끝자락에 시작해 차가운 계절에 마무리하게 된 오늘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그리스도인으로서 특히 장례지도사로서 주님의 도구로 쓰이게 되었다는 점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배움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밝은 웃음으로 따뜻한 국을 손수 떠 주시던 신명균(마르티노) 관장 신부님! 구수한 된장국 같은 강의를 하여 주신 최훈(타대오) 신부님! 독일의 맥주 맛을 느끼게 해주신 박철현(미카엘) 신부님! 기적에 가까운 삶을 살아오며 강의까지 해주신 이 데레시나 수녀님! 고령에도 정열적인 배움을 주셨던 최종환(토마스) 선생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따뜻한 웃음을 가지신 미모의 전영애(가타리나) 선생님! 실습의 열기를 더해 주신 강성욱(루치오) 봉사자님!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밀한 부분까지 조언하여 주신 김광태 봉사자님! 교육기간 줄곧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여 주신 정소라(스텔라) 자매님!

저희 교육생들은 가족과 같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나누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눈길이 머무는 곳, 발길이 닿는 곳마다 오감을 상쾌하게 만드는 교육관의 분위기 그리고 주변 환경은 그야말로 유토피아였습니다. 하지만 실습 시간에는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워보아도 언제나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염습을 익히면서도 손과 발을 제대로 감싸지 못하였고 하초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서투른 매듭과 고름의 띠는 방향감각 없이 동서남북을 돌아다녔습니다. 너무나 많이 묶었다 풀었다 하여 잘못 없는 성모 띠는 매번 고생했습니다. 총무님께서는 그 마음을 아시는 듯 손수 세탁과 다림질을 해서 오셨습니다. 그러한 교육 과정의 민망함 속에서도 호통이 아닌 따뜻한 웃음과 눈길로 이끌어 주셨기에 저희는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기초 염습에서 탈관염에 이르기까지 의미 없는 동작은 하나도 없었으며 사랑 없는 행위는 없었습니다.

교육생들은 나이도 다양하고 본당도 달랐지만 교육관 입구 과속방지턱을 넘어서는 순간, 사랑의 몸짓과 눈짓으로 마치 하나의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같았습니다. 주님의 도구가 되기 위하여 서로가 녹아들어 갔습니다. 그 블랙홀은 사랑의 용광로였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나같이 똑같은 감동으로 오늘의 심장을 뛰게 하였습니다.

히포크라테스와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는 흰 가운의 의사와 간호사분들을 존경합니다. 우리 사회가 그들로 인하여 생명의 소중함을 압니다. 그러나 그들은 산 이들의 희망입니다. 자랑스러운 우리는 죽은 이들의 희망입니다. 우리는 눈보다 더 흰 장례지도사의 가운을 입고 주님 앞에서 선서합니다. 하느님께서 온전히 주셨던 인간의 모습, 때가 되어 거두어 가시니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영혼의 안식처인 하느님의 집으로 주신대로의 모습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손에 쥐어지는 염지 한 장마다 기도하는 정성으로 반듯하게 접겠습니다. 이 순간의 느낌과 감동을 주님의 도구인 저희의 동력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이것이 장례지도사의 선서가 아닐지 하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추우나 따뜻합니다. 사랑의 벅찬 감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이름은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오늘의 영광스러운 자리가 있기까지 심혈을 기울여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23년 제4기 장례지도사 수료식에 저희의 마음을 담아 올립니다.
이재복 벨라도(마산교구 고성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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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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