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부터 주교·사제 등 강제 구금 등 행방 묘연, 오르테가 정권은 침묵
다니엘 오르테가(오른쪽) 니카라과 대통령과 그의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 오르테가 대통령은 집권 이후 현지 지역 교회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교황청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등 반 가톨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OSV
민주화 시위, 교회 지원 이후
사제 체포 및 추방 ‘횡포’
교황청과도 외교 단절
프란치스코 교황, 우려 표명
기도 요청하며 대화 호소
중미 니카라과에서 주교를 포함한 15여 명의 사제가 체포되는 등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의 가톨릭교회 탄압이 더 극심해지고 있다.
바티칸뉴스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새해를 앞둔 지난 12월 31일 니카라과 지노테가교구 구스타보 산디노 신부가 갑작스레 체포됐다. 전날인 30일 새벽에는 카를로스 아빌레스ㆍ헥터 트레미니오 신부 등 4명의 사제가 체포됐다. 니카라과에서는 12월 20일부터 연말까지 최소 15명의 사제와 신학생 2명이 강제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에는 시우나교구장 이시도로 델 카르멘 모라 오르테가 주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직자들이 체포된 이유나 붙잡힌 후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대부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니카라과 정부와 경찰 모두 이들을 체포한 사실을 확인해주거나, 그렇다고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외신들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2월 30일 체포된 사제 4명이 각자 자택에 연금된 상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니카라과는 다니엘 오르테가 현 대통령이 집권한 2007년 이후 독재 정치를 비판하는 야당 인사에 대한 혹독한 탄압을 일삼아 왔다.
특히 일부 사제와 수도자들이 2018년 민주화 시위를 지원한 혐의로 사법 당국에 기소된 뒤부터 가톨릭교회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교회 시설들은 대부분 폐쇄됐고, 수많은 사제가 체포되거나 국외로 추방됐다. 특히 마타갈파교구장 롤란도 알바레스 주교는 지난해 2월 반정부 시위에 연대했다는 혐의를 받고 징역 26년 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오르테가 정권은 현지 교회 탄압은 물론, 교황청과의 외교 관계도 단절했다. 2022년 니카라과 교회를 옹호하는 주니카라과 교황대사를 추방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현지 교황대사관을 폐쇄하며 외교 관계를 완전히 중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니카라과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모두의 기도를 요청했다. 교황은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삼종기도에서 “주교와 신자들이 자유를 박탈당한 니카라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깊은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니카라과 교회를 위해 하느님 백성 모두의 끊임없는 기도가 필요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제사회 역시 한목소리로 니카라과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고 나섰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사제에 대한 불법 구금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니카라과 정부가 야당 인사는 물론, 가톨릭 사제와 신자, 원주민 지도자, 언론인을 뚜렷한 이유 없이 구금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는 법치와 인권을 무시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2일 성명을 내고, 잇따른 가톨릭 사제 구금에 우려를 표하며 알바레스 주교를 포함한 종교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