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10여 곳 외벽, 제대 파손도로 끊어져 지원 엄두 못 내
일본 교회, 피해자 돕기 나서지진 피해자 위한 기도 요청
새해 첫날 일본 노토반도 일대를 강타한 지진으로 일본 교회의 성당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당 외벽이 무너지거나 제대와 제단이 크게 갈라지고, 성상이 파괴된 모습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일부 성당은 인근 도로가 갈라지고 유실돼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어려운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지형상 배꼽에 해당하는 혼슈의 이시카와현에 위치한 노토반도에 1일 진도 7.6의 강진이 발생해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노토반도 일대를 관할하는 나고야교구장 마쓰우라 고로 주교는 3일 교회가 입은 피해 현황을 일본 주교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다급히 전하며 “지진 발생 직후 현지에서 사목하고 있는 가타오카 요시히로 신부를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로 주교도 교구 안팎의 수도원과 인근 지역 교회 기관에 직접 연락하며 안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일본 교회 보고에 따르면, 노토반도 인근 지역(이시카와현, 도야마현)에 위치한 다수의 성당이 지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토반도 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나오성당과 와지마성당을 비롯해 크고 작은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된 성당만 10여 곳에 달했다. 와지마성당은 성당 외벽 상당 부분이 무너졌고, 천장 일부가 붕괴하면서 제대와 성전 내에 모셔둔 성모 마리아상이 크게 파손됐다.
현지 보고를 전하고 있는 가타오카 신부는 “와지마성당은 지난 2007년 노토반도에 발생했던 지진의 영향도 남아있어 위험한 상태”라며 “도로가 모두 망가져 간접적으로 상황만 파악했을 뿐 지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나나오성당도 지진으로 외벽 일부가 소실됐을 뿐만 아니라, 성당 내 곳곳에 있던 물건과 집기들이 산산이 흩어져 나뒹굴면서 지진이 강타했던 당시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 제의실에 있던 성작, 촛대, 대형 성상 등 성물들이 쓰러지거나 파손됐고, 신자의 가옥도 내려앉았다. 현재 여진까지 이어지면서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일본 교회의 신자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타오카 신부는 “지역민 피해자들의 숫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며 “밤에는 특히 영하를 밑도는 추위 속에 주유소가 적어 연료도 부족하고, 여진으로 집이 무너질까 두려워 차 안에서 투숙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현지 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일본 교회는 지진 피해 상황을 시시각각 공유하고, 온정의 손길을 내밀며 연대하고 있다. 고로 주교는 “일본 주교회의 의장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와 일본 카리타스 담당 나루이 다이스케 주교를 통해 지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사망자와 이재민, 지진 피해자들과 연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