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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 황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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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시절 아버지의 부재로 늘 허기지고 고달팠다. 성취에 대한 열망과 욕구가 누구보다 강했고 공부를 곧잘 했던 나는 현실을 이기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래도 어느 것 하나 순조롭게 이룬 것이 없었다. 재수로 대학을 들어갔고 취업도 대학 졸업 후 4년 뒤에야 할 수 있었다. 입사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100m 경주 출발선에서부터 50m 뒤처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늘 두려움이 있었다. 무엇이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불안이 숨어 있었다. 그 두려움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술로 달랬지만 나 자신까지 속이고 감출 수는 없었다.

중년이 되어 소위 잘나가던 때도 악몽을 꾸었다. 꿈속의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밥벌이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거나, 시험 날이 다가왔는데 시험장을 찾지 못하고 공부는 하나도 안 돼 망연자실하고 있기도 했다. 꿈속의 그 막막함, 그 눈물, 그리고 깨어나서의 그 안도감,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런 꿈을 꾸는 것이 보호받지 못한 청소년 시절과 주어진 능력보다 더 큰 성취욕, 현실과의 괴리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 두려움이 영적인 갈망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때는 영적으로 방황했고 그분을 모르는 삶이었다. 그 목마름과 고독이 두려움과 불안으로 이어졌다. 그분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외눈박이로 살았다.

2013년 광주대교구 봉선2동본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 당시 고3 딸아이의 서강대 가톨릭 전형 합격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이 작용했다. 그렇게 ‘발바닥 신자’로 아내를 따라 주일미사 참례하는 게 전부였다. 미사 참례의 기쁨도 그분을 만나는 희열도 없었다. 예수님이 있어야 할 자리를 세상 목표와 자식과 돈으로 채웠다. 그러다 인생 최대의 고난을 맞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사건에 엮여 그동안 이뤄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 닥쳤다. 치욕과 모욕을 견뎌내야 했다.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약을 먹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던 그때 예수님이 내게 오셨다.

거의 매일 미사 참례를 했고 틈만 나면 성당에 달려가 성체조배를 했던 때, 월요일 새벽 미사 복사를 자원했다. 칼바람 불던 겨울날 새벽, 미명에 잠겨 있는 성당 가는 길에서 예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제자에게 배신당하고 백성들에게 조롱받았던 그분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느껴졌다. 2000년 전 예수님의 고통과 자신을 내어준 그 사랑이 나의 아픔과 겹치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그분께서는 늘 “나다, 나다”하고 나를 부르고 있었지만, 내 안에 있었지만 듣지 못했다. 그분을 느끼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두려웠다. 불안했다. 허기졌다. 전체이고 합일이신 그분을 보지 못하고 개별적인 삶을, 나만을 보고 살았다. 내 의지와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었지만 저 깊은 내면에는 늘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다.

갑진년 새해 그분과 함께하는 삶, 그분을 살아내는 삶을 살고 싶다. 개별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늘 경쟁해야 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을 섭취해야 한다. 그런 개별성 안에도 전체를 향한, 합일을 향한 열망이 있고, 신의 속성이 있다. 내 안의 그분을 깨우치고 느끼고 함께하는 순간 두려움은 사라진다. 예수님은 2000년 전 베드로에게 그랬듯이 지금 여기 광주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에게, 우리에게 말한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황성철 본부장은 광주MBC에서 보도국장, 사업국장을 역임했고 지역방송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현재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호남취재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교리교사, 상장례지도사, 영성심리 상담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광주대교구 예비신자 교리교사회 총무부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황성철 베르나르도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호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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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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