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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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나의 지구 나의 탈렌트(김혜연 도르가, (주)하나루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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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쿼런틴(격리)을 시작했던 2020년, 작은 바이러스로 세상이 그렇게 빨리 바뀔 수 있음을 안타까이 실감하던 즈음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손을 씻다가 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는 왜 이렇게 물을 많이 써요?”

그때 저는 수돗물을 콸콸 틀어 손을 씻는 중이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씻는데?” 그랬더니 아이는 물을 쫄쫄 흘리며 “이렇게요. 이렇게 해도 잘 닦여요”하며 보여주었습니다.

“God made the world.” 주일학교 첫날에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셨고,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고 해마다 가르쳤습니다. 그런 제가 하느님께서 주신 환경을 위한다고 말만 하고 있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날부터 아이처럼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성향을 바꾸고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생활 속 실천을 더 많은 사람에게 같이 하자고 권하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천의 효과가 증폭되기를 바랐으니까요.

그렇게 개개인 일상에서의 노력을 합한 영향을 알리는 환경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손 씻을 때, 세차할 때, 물건을 선택할 때 등 생활 속의 주제를 정한 뒤, 자료를 조사해서 실천 전과 후 환경 영향을 계산하여 비교하고, 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개개인 일상의 노력을 합친 효과를 계산해보니 함께할수록 그 영향이 커지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근간인 기업이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과 대체시키기에는 약했습니다.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업 활동과 비즈니스모델이 시급히 지속 가능하게 되어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이 확실해졌습니다.

그렇게 환경 유튜버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는 환경분야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아이의 질문,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의미 있는 일에 나의 에너지를 쏟겠다는 바람 덕분에 제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을 찾았습니다. 지구를 위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활동을 지원하며 지구와 고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미션이 되었습니다. 쏟아지는 환경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시스템을 개발하며 그간 참 많은 일이 있어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일이 마감’인 날의 연속을 살며 감사와 성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은 지구 환경을 위해 합리적인 소비나 행동을 하고 싶어 하고 기후 위기를 염려합니다. 하지만 내가 노력을 하나 안 하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행동하기를 주춤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인지 상상인지 모를 다수의 흐름 속에 어느새 매몰되어 자신의 영향에 물음표를 붙이는 저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 이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이 지구가 너의 지구, 저 사람의 지구가 아니라 ‘나의 하느님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지구이고 선물’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선물을 지키기 위해 나만의 탈렌트로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처럼 하는지 안 하는지는, 나보다 더하는지 덜 하는지는 잠시 신경을 끄고요. ‘나의 아버지’께서 우리 각자에게 딱 맞는 만큼 능력대로 탈렌트를 주셨을 것을 믿으며, 각자 그것을 땅에 묻고 있는가, 활용하고 있는가만 자문하며 행동을 선택하는 겁니다.

영향력 있는 인물의 영웅스런 행동도, 절대다수 평범한 우리들의 소소한 행동도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각기 또는 함께 하는, 환경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된다면, 그다음은 아버지께서 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혜연 대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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