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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공간의 의미

장현민 시몬(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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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 커버’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AI 커버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기존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를 다른 인물의 음성으로 바꾼 콘텐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노래와는 거리가 먼 방송인의 목소리로 만든 AI 커버였다. 너무나 완벽한 ‘그의 노래’에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만 한 가지 흠이 있었다. 그의 ‘완벽한’ 이별 노래에도 전혀 슬픈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이를 보며 AI 커버가 들려준 노래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무대가 기억났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만든 ‘가까운센터’ 축복식에서 마련한 아이들의 축하 무대였다. 그날 아이들은 다소 긴장했는지 실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떨리는 목소리에서 서툴지만 노래를 해내는 아이들의 무대를 보는 이들은 연신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함께 노래를 따라 하는 이도 있었다. 모두의 응원과 함께하며 아이들의 무대는 더욱 완벽해졌다.

두 상반된 무대는 공간(空間)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AI 커버는 그 자체로는 완벽했지만, 그저 정해진 음을 따라 기계적으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그 이상의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빈자리가 없기에 감정을 전한다는 본래의 의미에서 완성될 수 없었다. 반면 아이들의 무대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메워준 이들이 있었기에 함께 즐기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의미에 부합해냈다. 아이들이 ‘여지’를 주지 않았다면 그토록 흥겨운 무대가 만들어지긴 어려웠을 것이다.

심리학에서 결핍은 문자 그대로의 부정적인 의미만 지닌 용어가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원동력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공간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교회에서 시노드적 방식으로 대화할 때는 의도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 사이에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가진다. 더욱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여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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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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