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주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봉헌
9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제1400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미사 봉헌. 더 많은 이들이 미사에 함께하길
고 김수환 추기경이 1995년 3월 7일 갈라진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며 시작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가 9일로 1400차를 맞았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라는 단 하나의 지향으로 30여 년간 이어온 미사의 세월이 이만큼 쌓인 것이다.
이날 1400차 미사를 주례한 구요비 주교는 “김 추기경의 뜻은 상대방을 변화시키자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와 일치를 이끌어주시도록 기도하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동시에 우리 자신이 용서와 화해의 도구가 되고, 나아가 이 땅에 모든 이를 사랑으로 일치시키는 평화의 도구로 써 주시도록 기도하자고 이끌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구요비 주교 주례로 ‘제1400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서울 민족화해위원회는 1995년 3월 고 김수환 추기경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한 이후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같은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구 주교는 “하지만 최근 들려온 남북 당국자들의 말과 행동은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남북 대립이 심화될 것이고, 갈등이 조정되지 못하면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가 29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힘을 통한 대결과 경쟁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미사에 더 많은 이가 함께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평화의 예언자, 평화의 사도가 될 수 있기를 다 함께 기도하자”고도 당부했다.
9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제1400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 참여한 하나 신자가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
미사 후에는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함께 봉헌했다. 남북 신자들이 같은 지향으로 기도를 바치자는 약속을 이어가는 차원이다. 정수용(서울 민화위 부위원장) 신부는 “평양 장충성당에서 지금도 이 기도가 지속되고 있는지 확인할 순 없지만, 남북 교류가 활발할 당시에 만난 북한 신자들은 계속 이 기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언젠가 다시 만날 북녘의 형제들에게 같은 지향으로 기도를 해왔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만남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각자 일상에서 우리 스스로 평화를 만드는 도구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위원회는 앞으로도 매주 같은 지향으로 미사를 쉼 없이 이어갈 계획이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