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사랑법은 ‘함께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셔서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셨고, 함께하기 위해 성령을 파견하셨습니다. 우리가 힘들 때, 고통받을 때 늘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신앙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그 ‘함께하는 사랑’을 체험하고, 받은 만큼 이웃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이웃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에서 ‘사랑’은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 가운데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라고 우리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주라고 부르심 받았습니다. 또한 우리는 땅을 회복시키고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제공하고 숨 쉬는 공기를 정화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을 지키고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환경 문제로 인해 우선적으로 피해를 입는 가난한 이들의 자립을 위해 애써야 한다는 명령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사람과 지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지구의 풍요로움 속에서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미래, 그리고 지구 자체가 착취로부터 보호되는 정의롭고 영속적인 미래를 위해 일할 것을 우리에게 촉구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국제적인 공동 노력입니다. 1963년 성 요한 23세 교황님은 칙서 「지상의 평화」에서 세계의 상호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경 문제는 국제적인 공동사안입니다. 지구촌, 지구마을이라는 표현처럼 점점 가까워지는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고 모든 사람이 책임을 집니다. 비록 책임이 제일 많은 사람이 영향을 제일 덜 받기는 해도 말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그의 여러 담화와 말씀을 통해 그런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인 「생태계의 위기:공동 책임」에서는 다음과 같이 쓰셨습니다.
“오늘날 생태계의 위기는 모든 사람의 책임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그 다양한 측면들은 개인과 민족과 국가와 국제 공동체에 속하는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일치된 노력의 요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15항) 환경 문제에 있어서 연대성의 의무는 참으로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와 관련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태계의 위기는 특히 개발도상국들과 선진 산업국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연대의 절박한 도덕적 요구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생태계의 위기」 10항)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천주교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