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광기이다” 지난 3일 바티칸 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 받는 전 세계에 평화를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난달 24일, 교황은 “무기는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며 평화를 호소했습니다. 여러 차례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평화를 바라셨던 교황은 새해 첫 일성으로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를 향한 교황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정세는 점점 긴장 상태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최고 인민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헌법에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헌법에 있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남 담당 부서들도 폐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하고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를 ”초토화“시키겠다고 말한 이후 김 위원장의 입은 계속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점점 강대강의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친미 성향인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하나의 중국’원칙을 가진 중국에서는 라이칭더가 민진당 후보가 되자 “배신자”라고 불렀습니다. 라이칭더의 반중 성향으로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급변할 경우 동아시아의 안보 또한 위험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첫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여세를 몰아 다음 달에 있을 경선까지 승리를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기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될 전망입니다. 지난 집권 시기에도 그렇듯이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중심에 둔 인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친하다는 트럼프의 말처럼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정세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은 거칩니다.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절제된 언행을 하는 것이 대통령의 일입니다. ‘응징’ ‘보복’같은 말은 군 수뇌부가 할 말이지 국정최고책임자의 말은 아닙니다. 매번 대통령이 나서 이런 식으로 북한의 말 폭탄에 대응을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와 함께 보수 일각에서는 전쟁에 대비해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는 순간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체가 핵전쟁의 공포에 빠져버립니다. 핵전쟁의 공포에 기초한 평화는 한반도의 참된 평화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김정은, 트럼프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입니다.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참된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