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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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박혜원 "교회 미술의 지향점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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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를 맞아 좋은 책 한 권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무엇보다 예술작품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신앙심도 배가시킨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4년 전 프랑스 예술기행 1편 「혹시 나의 양을 보았나요」에 이어 두 번째 책인 「혹시 나의 새를 보았나요」를 펴낸 서울가톨릭미술가회 박혜원 회장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최근 프랑스 예술기행 두 번째 책을 펴내셨습니다. 1편에선 양, 이번 2편에선 새가 주인공인데요. 이렇게 동물을 책 제목에 상징으로 등장시킨 이유가 있으시다고요?

▶ 저는 매년 유럽에 가서 미술관 등 둘러봅니다. 그러다 정말 양떼를 만났고요, 양은 가장 여리고 아무 죄없이 제물로 바쳐지는 동물이지요. 물론 우리 신자들에게는 그리스도, 천주의 어린 양을 의미합니다.

2020년 출간된 '혹시 나의 양을 보았나요'에 이어 신간인 '혹시 나의 새를 보았나요'는 2023년 성탄 때 나왔는데, 짐작하시겠지만 '새'는 성경 속 '비둘기 형상의 성령'이자 특히 저에게 새는 '자유'의 상징으로 다가왔습니다.

프랑스 예술기행인 두 책에서 양은 '희생'을, 새는 '자유'에 대한 사색입니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부지에가 설계한 롱샹성당, 라투레트 수도원 그리고 영감을 받은 아름다운 중세 로마네스크 양식의 수도원인 르토로네 수도원 등을 소개하고 ‘새’ 주제의 걸작들 그리고 ‘자유’에 대한 진지한 사색입니다.


▷ 또 다른 책도 출간을 할 예정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공교롭게 연이어 또 다른 책이 출간되게 된 것은 다른 출판사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서 제목을 바로 제 세례명을 넣어 '소피의 행복한 미술이야기'로 정했습니다.

이는 제가 긴 시간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잡지 ‘소년’에 오랜 시간 기고한 글들을 다시 정리하여 책으로 엮게 되었는데요, 선사시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시작으로 중세 이탈리아 라벤나의 모자이크, 20세기 현대 종교미술의 거장 조지 루오에 이르기까지 제게 깊은 감동을 준 작품들 중심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또한 두 권의 책 표지 모두 14세기 무려 100여년전 르네상스의 문을 활짝 연 서양미술사 속 거장인 지오토 디 본도네의 작품을 선정하여서 출판사는 다르지만 부드럽게 연결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날짜는 미정이지만, 아마도 2월 중순경 작게 출판기념회를 할 예정으로 장소는 서강대학교 옆 ‘예수회센터’입니다. 소소하게 독자분들과 만나는 자리로 계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 벨기에 브뤼셀 리브르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브뤼셀 왕립미술학교에서 판화를 전공, 11번 이상의 개인전을 한 중견 화가이신데요. 서울대교구 문화 강좌에도 나서고 계시고요.

그림과 같은 예술작품으로 신앙을 표현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화가이자 신앙인으로서 바라보는 그림에 대한 철학이 궁금합니다.

▶ 네 저는 꾸준히 작업과 서양미술사 수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벨기에 대학에서 서양미술사 그리고 판화를 공부했는데, 현재는 판화가 아니라 천 위에 바느질이란 새로운 표현에 심취해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강렬한 표현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러다 2017년부터 한낮 너무 약해보이는 재료인 천위에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나의 언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추위에서 보호하기 위해 바느질을 한 것은 여인, 저에게 그 DNA가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부터는 버려지기 일보 직전인 자투리 천들의 조합에 매료되었고, 현재는 가급적 색을 배제한 한국의 삼베, 마의 자연 본연의 재료를 살리는 것이 재밌습니다. '비우기'는 저 자신에게 대한 수련의 과정, 그 결과물이 작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4월에는 서울대교구 문화학교에서 4회의 미술사 강좌가, 혜화동 교리신학원 그리고 삼성동 예수회 분원에서 지속적으로 미술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작가가 작업을 하지 않고, 서양미술사 강의, 저술작업 등을 하는 것이 본분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냐, 여러 작업을 모두 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하십니다.

그런데 저에게 책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십대 이십대를 서구에서 보내며 배우게 된 서구문화, 특히 그리스도교 문화의 감동을 보다 많은 분들과 공유하는 방법이 책이고, 꾸준히 그 작업을 하는 것을 저의 소명으로 생각하여 이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한국 사회는 경제적 여유는 생겼는지 몰라도,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위해서는 우선 나에 대한 만족감이 있고 나 자신은 물론 내 이웃과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연한 마음, 유연한 사고가 많이 결핍된 한국사회에 각자 목소리만 높이지 않고 열린 모습, 바로 그 훌륭한 소통 수단이 바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책은 서양미술사 전반은 물론 그 절정인 그리스도교 미술을 많이 소개하니 영성적으로 고양되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이십니다. 2024년, 서울가톨릭미술가회의 올해 전시 계획과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 1970년 창립된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작년 6월에 ‘한국-바티칸 수교 60주년 기념전’을 성공리에 개최하였습니다. 알프레드 수에레브 주한교황대사님, 정순택 서울대교구장님께서 함께 해주신 자리여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다가오는 2024년 7월 3~12일에는 제51회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정기전을 명동 갤러리 1898에서 개최합니다.

이번에는 ‘열린 손’이란 주제를 채택했습니다. 세계적인 영성책들을 집필하신 헨리 나웬신부님의 ‘열린 손으로’라는 작은 기도시집을 읽고 묵상한 내용을 작품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격년으로 전국 가톨릭미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전시하는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전이 9월 24~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됩니다. 본 전시가 더욱 특별한 것은 서울 다음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가톨릭미술가회 창립 50주년 기념전'이어서 더욱 뜻이 남다릅니다.

저희 한국 미술가들은 예술, 즉 아름다움으로써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신자들 및 모든 이에게 진정 열린 교회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하느님-관객 간 진정한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가톨릭청년미술가회도 별도로 조직이 돼 있잖습니까? 후배인 청년들에게 기대하는 바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 물론 그렇습니다. 후배인 청년들에게 기대하기 보다 세대간 상호 열려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열려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전시 테마인 '열린 손'이 뜻하는 바와 같이 세대간 갈등, 불통이 아닌 진정한 화합과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계속 많은 애정과 관심으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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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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