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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세상 속에서 ‘순례하는 그리스도 제자 공동체’, 교회 / 이종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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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참으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든 신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안에 모인 그들은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를 향한 여정에서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모든 사람에게 선포하여야 할 구원의 소식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는 인류와 인류 역사에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체험한다.”(제2차 바티칸공의회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1항)

교회는 ‘순례하는 교회’라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선언한다. 이 말은 교회가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 안에 존재하면서 교회가 걷는 천국본향으로의 순례 여정을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는 인류와 인류 역사에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사목헌장」의 진술은 교회가 세상 일, 아니 동료 인간의 일에 얼마나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일깨워 준다. 그런데 인간의 일이 이뤄지는 방식이 ‘정치’이니, 어찌 그리스도 제자 공동체인 교회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날로 더욱 긴밀해지고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호 의존성에서, 공동선은 -곧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는- 오늘날 더욱 더 전 세계적인 것이 되고 거기에 온 인류와 관련되는 권리와 의무를 내포하게 되었다. 어떠한 집단이든 다른 집단의 요구와 정당한 열망, 더욱이 온 인류 가족의 공동선을 고려하여야 한다.”(「사목헌장」 26항)
이어 「사목헌장」 28항은 이렇게 진술한다.

“사회, 정치, 종교 문제에서 우리와 달리 생각하고 달리 행동하는 사람들까지도 우리는 존경하고 사랑하여야 한다. 우리가 참으로 친절과 사랑으로 그들의 사고방식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그들과 더욱 쉽게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28항의 진술 속 ‘우리’는 그리스도 제자 공동체인 ‘교회’를 말한다. 즉, 그리스도인이라면 우리는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강하게 전제된다. ‘그리스도’라는 이름을 가슴에 달고 사는 이들은 이 문제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공권력은 집단의 공동선을 추구하고, 또한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합당한 방법들을 사용해야 비로소 정당하게 행사되는 것이다. 만일 지도자들이 옳지 못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윤리 질서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 있다면, 그런 규정들은 양심을 구속하지 못할 것이다. ‘이 경우 공권력은 더 이상 공권력이 아닌 압제로 변질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903항)

이러한 교회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리스도인인 누군가가 그리스도 제자 공동체의 일부인 사제의 정치 참여가 불편하다면, 그를 저주하거나 단죄하기보다는 그저 그의 회개와 보속을 위해 기도해야 할 뿐이다. 그것이 교회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오류와 오류를 저지르는 사람을 구별하여야 한다. 오류는 언제나 배격하여야 하지만, 오류를 저지르는 사람은 비롯 그릇되거나 부정확한 종교적 개념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언제나 인간 존엄성을 간직하고 있다. 하느님 홀로 심판자이시며,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누구의 내적인 죄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사목헌장」 28항)
이종원 바오로 신부
의정부교구 동두천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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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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