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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스마트’한 지팡이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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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기량길’을 9년 만에 다시 찾았다. 김기량길을 비롯해 제주교구가 2012년부터 차례로 개통한 여섯 개 순례길은 아름다운 생태와 자연뿐 아니라 선교역사와 문화 그리고 신앙 선조들의 고난과 희생의 삶이 녹아 있는 길이다. 누군가 제주 여행을 계획한다고 하면 주저 없이 순례길을 걸어보라 추천했다. “올레길보단 순례길.” 그 사이 순례길에는 거룩한 여행, ‘산토 비아죠’(Santo Viaggio)라는 이름이 붙고, 여정을 상세히 안내하는 홈페이지도 열렸다.

한데 포털에서 김기량길 순례자들의 글을 검색하다 ‘낯선 제주 순례길 헤매지 않고 걷는 방법’이 눈에 띄었다. 순례길 전체를 두 번 완주했다는 글쓴이는 ‘지팡이도 지니지 말라고 했던 말씀처럼 스마트폰과 지도 없이 걷고 싶었지만, 낯선 순례길에서 이내 길을 잃었다’며 등산 앱에 순례길 경로를 직접 등록해 안내하고 있었다.

실제로 순례길 공식 홈페이지 안내지도로는 올바른 길을 찾기 버겁다. 표지판은 눈에 잘 띄지 않고 너무 친절(?)한 방향 표시로 직진인지 우회전인지 헛갈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올레길의 경우 포털 지도 앱에 경로가 등록돼 있어 안내에 따라 걸으면 되지만 순례길은 하논성당길 출발지 정도만 검색된다. 순례길을 걸은 많은 신자 블로거가 스마트폰으로도 길 안내를 받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무작정 걷기만 해도 좋은 순례길이라도 길을 헤매면 분심만 들기 마련.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걷기에 나선 이들에게 친절하고 ‘스마트’한 지팡이 하나 주어진다면 더 의미 있는 순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승환 스테파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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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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