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에 시작돼 65년에 폐막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일으킨 쇄신의 바람은 강력했습니다. 라틴어 성경은 각국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했고 미사 중 사제는 신자들과 마주보며 미사를 집전하게 됐습니다. 교회, 전례, 성경, 사목 등 교회 곳곳이 쇄신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쇄신의 바람은 수도자들이 입는 수도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에 있는 빈센트 수녀회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공의회 정신에 맞게 새로운 수도복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두건이 사람들의 웃음꺼리가 되었던 수도회였기에 새로운 수도복에 대한 고민은 더 컸습니다. 빈센트 수녀원은 오랜 고민 끝에 신앙심이 깊은 한 프랑스의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수도복을 부탁합니다.
그 디자이너의 이름은 바로 크리스찬 디올. 디올 하우스가 만든 수도복은 고풍스러우면서 동시에 현대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수도회가 주는 무게감과 다르게 활동적이며 개방적이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이 수도복에 녹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 수도복을 통해 교회 쇄신에 함께했던 디올은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디올백을 받는 영상이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영상을 보면 미국에 산다는 어느 목사가 김 여사가 운영하는 업체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 가져왔다’며 디올 손가방을 건넵니다. 그러자 김 여사는 ‘뭘 이렇게 비싼 선물을 가져오느냐’며 디올백을 받습니다.
영상이 공개되자 정치권은 들끓었습니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도 김 여사의 책임을 주문합니다. 국민의힘 김경율 비대위원은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와 비교했습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김 여사가 한국을 떠나 해외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혼란의 중심인 김 여사는 한 달 넘게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언론에 따르면 김 여사는 사과 할 수 없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배우자인 윤석열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는 등 김 여사의 논란을 피하는 모양새입니다. 오히려 김 여사에 관해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윤 대통령이 요구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런 모습은 문제를 더욱 키울 뿐입니다. 만약 이번 사건을 쉬쉬하고 넘어간다면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 배우자에게 어떻게 법을 지키며 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진상조사에 착수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김 여사가 직접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검사시절에 보여주었던 원칙을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에게도 보여주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김건희 디올백 앞에 흔들리는 대통령”입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쇄신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