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입니다. 저는 여느 때와 같이 SNS에 올라온 지인들의 소식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와 함께 생활성가팀 ‘열일곱이다’에서 활동하는 형이 올린 사진과 글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사진 속에는 벽돌 틈에서 피어난, 노란 빛으로 곱게 물든 한 가녀린 꽃이 있었습니다. 형은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축복받지 않은 힘겨운 너의 터에서, 그 누구의 관심과 사랑도 없이, 너는 그렇게 제힘으로, 싹을 틔워내고 예쁜 꽃을 피워내었구나. 오늘 너에게 삶의 소중함을 배웠다.’
순간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깊은 감동이 차올랐습니다. 우연히 만난 사진 속 꽃이 저를 위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갖은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꽃잎을 피워낸 그 들꽃의 삶이 제겐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삶이 각자의 자리에서 부르심에 응답하여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의 모습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즉시 떠오르는 대로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노래를 통해 그 꽃에 그의 삶이 얼마나 귀하고 빛나는지 꼭 알려주고 싶었고, 나아가 그 꽃을 닮은 우리 교우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 노랫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한 송이 꽃을 보았네
차가운 벽돌 틈 사이로 노랗게 피어난 들꽃
따스한 햇살 눈 부신 오월의 봄빛 아래서
차오른 눈물 너머로 들꽃의 얘길 들었네
나도 풀밭을 꿈꾸며 날아온 꽃씨였다네
허나 바람이 보내는 대로 내 몸을 맡겼네
주님이 보내신 그곳은 시리도록 차가웠지만
사람들은 잡초라 해도 나는 꽃잎을 피웠네
주님이 보내신 그곳은 슬프도록 힘겨웠지만
사람들이 잡초라 해도 나는 꽃잎을 피웠네
주님의 뜻을 이뤘네’
이 노랫말은 추후 우리 ‘열일곱이다’ 팀의 ‘벽돌 틈의 들꽃’이라는 제목의 음원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 노래를 음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또 이 노래를 공연하는 과정에서 정말 숱하게 듣고 불러왔지만, 아직도 저는 이 노래를 만날 때마다 설레고 감격스럽습니다.
많은 꽃씨가 비옥한 풀밭에 떨어지기를 희망하지만, 어떤 꽃씨는 풀밭이 아닌 벽돌 틈에 떨어지기도 하지요. 같은 바람에 실려 왔던 다른 꽃씨들이 햇살 잘 드는 풀밭에 떨어진 것을 보면 벽돌 틈에 있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해 주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주님, 제가 얼마나 당신을 믿고 사랑해 왔는데, 어떻게 저를 이런 곳에 보내십니까? 당신 내 아버지 맞아요?”
하지만 그런 고통과 인내의 터널을 지나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묵묵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주님께서 그에게 멋진 꽃잎을 피워주십니다. 그때 비로소 그 꽃은 차오르는 눈물과 함께 주님의 이 약속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자신의 온 삶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풀밭 위에서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도 아름답지만, 벽돌 틈에서 희망을 싹 틔운 들꽃의 아름다움은 소박하면서도 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터전이 차가운 벽돌 틈이라 때로는 주님을 원망하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결국 주님의 선하심을 믿고 그 자비에 의탁하며 성실하게 꽃잎을 피워내는 삶, 그렇게 주님의 뜻을 이루는 삶, 그래서 더 눈물 나게 아름다운 삶. 그런 들꽃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분을 주님의 사랑으로 축복합니다.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벽돌 틈의 들꽃’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