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0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던 대한민국이었다. 하지만 2002년 출생아 수는 49만 명으로 반토막 났다. 한 세대 만에 부모 세대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서 또 반토막 되어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 명이다. 정확히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부모 세대 인구의 절반씩 줄고 있다. 세계가 놀라고 있는 한국의 급격한 인구 감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군부대가 사라지고 있다. 국방부가 2018년 내놓은 국방개혁 2.0에 따르면, 상비병력 60만 명이 2022년까지 50만 명으로 단계적으로 감축된다. 부대를 채울 병사들이 없어서다. 이에 따라 강원도 화천에 주둔하던 육군 27사단이 해체됐다. 사단 해체는 부대가 있던 화천 지역의 공동체 소멸로 이어졌다. 지역 상권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몰락하고 있으며, 대부분 군인 자녀였던 학교 학생 수는 급감하고 있다. 학생 수가 급감하자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다시 전학과 이사를 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이 줄어드는 일은 강원도 화천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시골이 아닌 서울 도심에서도 폐교가 나타났다. 서울 도봉고등학교가 2월에 문을 닫는다. 일반계 고등학교로는 처음이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와 중학교 폐교는 이미 시작됐고, 이제 서울 일반계 고등학교까지 폐교하고 있다. 운동장은 주차장이 됐고, 학교 건물은 리모델링해 관공서로 사용될 예정이다. 유치원 수는 줄어들지만 ‘노인들의 유치원’으로 불리는 노인 데이케어센터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교회도 줄어들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크게 느끼며 반응하는 곳은 개신교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1월 16일 발표한 ‘2023 한국인의 종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후 한국 내 개신교인은 전체 인구 중 12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인은 인구 감소와 탈종교화 현상이다. 개신교 내 일부 목회자는 소수 종교가 될 준비를 하자는 주장까지 했다. 보고서가 지적하는 명맥만 유지하는 주일학교, 고령화된 구역장, 반토막 난 청년 신자, 돌아오지 않는 가나안성도(냉담자) 등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렇게 인구 감소로 비워지는 자리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대량 입시 미달 사태가 벌어지는 지방 대학은 대학 유지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우고 있다. 캠퍼스에는 만국기가 걸려있고, 막걸리 팔던 학교 앞 술집 거리는 유학생들로 ‘작은 이태원’이 됐다. 서툰 한국말로 식당에서 서빙하는 유학생을 만나는 건 일상이 됐다. 지방 대학뿐인가. 농업,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가릴 것 없이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업종은 이제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마비될 정도다.
성당 모습도 마찬가지다. 작년 태풍으로 수해가 난 포항 구룡포성당 복구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외국인 노동자였다. 필리핀인을 위한 미사가 봉헌되는 날 서울 혜화동성당 앞은 필리핀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의정부교구 동두천본당 등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은 지역의 본당은 이주민을 위한 미사를 따로 마련해 봉헌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서울시가 준비하는 ‘외국인 가사(육아)인력’ 시범사업으로 필리핀 가사도우미(가사관리사) 100명이 한국에 온다. 우리 곁의 외국인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인구 반토막 시대. 인구 감소에 따른 교회 변화가 필요하다. 줄어든 인구에 맞춰 새로운 사목이 필요하다. 특히 늘어나는 이주민에 대한 사목이 급하다. 이주민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현실적인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이주민에 대한 사목 대안 마련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목소리를 듣고 하나씩 이주민에 대한 세심하고 따뜻한 접근을 이뤄가다 보면,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를 마주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