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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다양한 가족에 대한 감수성 / 이동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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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집단으로 해석한다. 근대의 핵가족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다. 이러한 가족은 보편적이고 이상적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가족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해 왔고 우리 사회에서 핵가족은 다수가 아니라 일부다.

한국의 핵가족은, 성인이 되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서구의 핵가족과는 차이가 있다. 성인 자녀는 부모와의 유대가 강한 편이다. 부모와 자녀가 관계가 좋지 않을 때 돌봄이나 경제적 지원을 주고받지 못하고, 가난한 가족의 경우 사회구조에 취약하다. 핵가족 형태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노부모와의 관계를 중시하므로 확대가족과의 혼합된 형태를 유지해 왔다. 또한 자녀와 노부모의 관계를 중시하고 노인돌봄을 자녀의 효나 도리로 해석했다.

하지만 자녀는 결혼 이후 독립해서 살고 노부모는 노부부단독가구 또는 1인가구로 살아간다. 아픈 노부모를 직접 돌보지 않는 것이나 요양원의 입소를 불효나 자녀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인식들도 변화하고 있다. 또한 가족이 돌본다 하더라도 요양보호제도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가족의 돌봄 책임은 여전히 중요하고 돌보는 자들은 주로 여성들이다.

2024년 현재 한국 가족의 형태는 더욱더 다원화되고 있다. 전 연령층에서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무자녀 맞벌이 부부 등도 증가하고 있다. 3대가 함께 사는 경우는 노부모들이 돌봄을 받기보다 맞벌이부부인 자녀의 아이돌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자녀 출산 이후 경력이 중단되고 전업주부의 삶을 살거나 이후에 보다 좋지 않은 일자리, 돌봄 관련 일자리로 취업을 하기도 한다.

결혼과 함께 돌봄에 헌신하느라 일과 독립성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은 비혼을 선택하지만 이기적인 여성들이라고 비난받기도 한다. 여성의 고등교육이 증가했지만 여성들에게 일은 남성들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생계부양자는 여전히 남성인 것이다.

행복한 가족이란 가족 구성원 간의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고 정서적 지지를 나눌 수 있는 관계다. 1인가구는 반려동물과 관계를 맺기도 하고 혼자 살면서 다른 사람과의 느슨한 연대를 통해 관계를 유지한다. 자신의 일과 삶에 몰두하겠다는 선택이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대다수 결혼한 남성들은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지만 이기적이라고 비난받지 않는다. 그들이 가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가족에 헌신하는 전업주부인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핵가족을 정상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핵가족에 속하지 않은 가족에 대해 편견을 갖기도 한다. 연민이나 동정도 특권을 가진 자의 우아한 형태의 차별과 다르지 않다. 결혼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가족도 있다. 이들은 부모의 얼굴을 그려 오라는 학교 숙제나 작업을 하면서 불편해할 수 있다.

대학 때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나중에 친구들은 그 친구 앞에서 철없이 자신의 부모 얘기를 떠들어댔던 것을 미안해했다. 그 친구가 가족 얘기를 마음껏 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행복한 가족이라는 이미지는 그 친구에게 부담을 주었던 것 같다.

품성이 좋고 사랑이 많은 부모의 양육과 경제적 지원을 받은 자녀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가난한 가족의 자녀들, 이혼한 가족의 자녀들이나 한부모 가족의 자녀들은 좀 더 독립적이면서 인격적으로 성숙할 수 있다. 다만, 지인, 이웃, 교회가 ‘문제적’ 혹은 ‘결핍’ 등의 편견에서 벗어나서 이들을 위해 좋은 어른의 역할모델이 되고 공감과 돌봄의 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
이동옥 헬레나
경희사이버대학교 후마니타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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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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