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저는 수원교구와 대전교구 사제서품식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한번 수도회 사제서품식은 가본 적 있지만, 교구 서품식은 태어나 처음 가본 것이었기에, 유독 모든 순간이 설레고 특별하고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서품식에 함께하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새 신부님들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열혈 청년들이니, 이분들은 20대 시기의 거의 전부를 신학생으로 살다가 오늘 사제로 서품되신 거구나!’ 물론 이것은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라 저에겐 새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새 신부님들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 사실을 새삼 곱씹어보니 그분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성소 여정이 참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감히 그 개개인 삶의 여정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격스러웠습니다. 하느님과 점점 멀어져만 가는 이 시대에 자신의 젊음을 봉헌하고자 주님 앞에 엎드린 이분들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존재들인지요!
또 한편으론 이런 사실도 떠올랐습니다. 200여 년 전 이 땅의 신앙 선조들은 미사를 집전해 줄 방인 사제 단 한 명이 없어서 목숨을 걸어가며 해외에서 신부님을 모셔왔고, 삼엄한 경비를 뚫고 며칠 동안 산과 들을 넘어 성체를 모시러 다니셨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분들이 분명히 하느님 대전에서 이 서품식을 바라보고 계실 텐데, 얼마나 뿌듯하고 흐뭇하실지 그 마음이 제게도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그분들의 삶을 묵상하며 새 신부님들을 바라보니 다시 한 번 우리 새 신부님들의 성소가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사제들의 주보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 “신부님, 당신의 피가 이렇게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당신의 후배들이자 아들들이고 동료들인 이 새 사제들을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최대한으로 축복해 주십시오!”라고 기도드렸습니다.
특히 이번 대전교구 사제서품식에서는 새 신부님들을 위한 특송으로 성가대가 ‘사제의 기도’를 불러드렸습니다. 4년 전 제가 작사·작곡한 곡이기에, 저에겐 그 시간이 새 신부님들만큼이나 뭉클한 순간이었습니다. 노랫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텅 빈 방 홀로 앉아 당신을 마주합니다/오늘도 알 수 없는 고독이 저를 괴롭힙니다/주님의 부르심에 겸손히 응답함으로/보잘것없는 제가 당신의 사제로 살아갑니다
모든 이를 섬기는 이 길이/문득 버겁기도 하지만/당신만이 나의 희망이시니/당신께 나아갑니다
제 입이 당신의 말씀을 전하게 하소서/제 손이 당신의 축복을 전하게 하소서/제 발이 당신 계신 낮은 곳에 닿게 하소서/제가 사랑을 살게 하소서”
이 노래가 성전 안에 울려 퍼지는 동안 저는 새 신부님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삶을 떠올리며 그분들의 참된 행복을 주님께 청했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내어주고 섬기는 삶을 택한 이 선한 마음씨의 청년 신부님들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도 주님의 참 행복으로 담대히 걸어나가시길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분들을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주님, 이 젊은 사제들이 앞으로 당신 안에서 엄청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저는 당신의 사제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이 부족함 없는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당신께서 우리에게 사랑으로 보내주신 존재들이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주님, 저는 사제들을 사랑함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새 신부님들, 행복한 사제 되십시오!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사제의 기도’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