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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예수님을 닮은 사람들 / 민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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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물건이 들어와 속이 상하기도 하고, 단골 손님의 좋은 소식에 같이 기뻐하며 긴 세월을 보냈던 삶의 터전. 화재로 불탄 서천특화시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간들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화재 당시 상황을 묻자 눈물을 먼저 쏟아내는 상인의 심정은 사고의 상흔이 비단 돈으로만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가늠케 했다. 서천에서 가장 큰 시장이 불탔다는 소식에 대통령도 현장에 방문했고, 세간의 관심이 커졌다. 대전교구와 서천본당도 신자인 상인 20가구를 초청해 위로를 전했다.

1억 원가량 되는 피해 금액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후원금. 하지만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세요”라는 한마디는 그 어떤 큰돈보다 마음의 위로가 됐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그들이 한숨짓고 눈물을 흘린 것은 재산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이 60대가 넘는 상인들은 삶의 전부를 바쳤던 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미래에 대한 희망과 삶의 의지가 사라진 것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교회는, 그리고 예수님을 닮은 사람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실의에 빠진 사람들 옆에 섰다. ‘당신의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든든한 위로는 교회를 떠난 이들을 돌아오게 하기도 하고, 절망한 이들이 ‘다시 잘살아 보겠다’는 의지를 찾는 원동력이 됐다.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악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은 결국 누군가가 실천한 ‘선’이다.

예수님이 보내주신 당신을 닮은 수많은 사람들. 그 얼굴을 찾아내는 것은 나의 몫이다.
민경화 루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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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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