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교황청 신앙교리부 선언 「간청하는 믿음」을 통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이 허용된 이후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이 이뤄졌다. 이미 한 달 전인 지난 1월 20일 진행된 일이지만 비공개로 이뤄졌고, 열흘 이상 지난 뒤에야 해당 사실이 공개됐다. 이유는 반(反)성소수자 세력의 공격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아직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그리스도교 안에서는 교리상의 이유로 더욱 그런 듯하다. 실제로 성소수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갔을 때는 격렬한 항의전화에 한참을 시달리기도 했다. 엄격하고 거룩한 교회 ‘전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른바 보수적인 ‘정통’ 신앙인들에게는 이번 일이 무척이나 못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언이 명확히 밝히고 있듯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동성 결합 자체를 인정하거나 전례 행위로서가 아닌, 오직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개인에 대한 축복만을 허용했을 뿐이다. 그들이 축복받을 수 있는 근거는 자명하다. 하느님의 축복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기에, 누구도 배제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이라고 하시며, 소외된 이들을 돌볼 것을 명하셨다.
좀 더 넓은 마음과 시각으로 바라보자. 소외된 이들에게 차별과 배척이 아닌 평등과 포용으로 다가가며 동반하는 것이 복음 정신을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