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 미사 후 두 커플 축복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이 한국 교회 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졌다.
이승복 신부(글라렛선교수도회)는 지난 1월 20일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가톨릭 평신도 단체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 신년 미사 후 한국 국적 두 쌍의 동성 커플을 축복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지난해 12월 18일 교리선언문 「간청하는 믿음」을 발표하고,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했다. 또 교황청은 선언 발표 한 달여 만에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과 차관 아르만도 마테오 몬시뇰 명의로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한 사목자가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두 사람에게 주는 응답”이라며 “전례나 예식에서 이뤄지는 축복과 동일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동성 커플 개개인에 대한 축복이) 이단적이라 여기거나, 교회의 전통에 반대되거나, 신성모독적인 것으로 간주할 여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신부는 「간청하는 믿음」에 따라 성경 말씀(민수 6,24~26)에 기반해 축복 기도를 바쳤다. 이는 미국 예수회 제임스 마틴 신부가 동성 커플을 축복할 때 사용한 기도문이기도 하다. 이 신부는 “성소수자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면서 “하느님께서는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며, 주님의 축복에서는 그 어떤 이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축복받은 유연씨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축복을 통해 다시 주님 곁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비신자인 파트너도 교리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커플 크리스씨는 “혼인 예식과 달리 사목적 축복은 여러 번 받을 수 있다”며 “동성 커플과 사제들이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축복을 청하고 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한국 교회에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