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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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위기에 대응하는 세 가지 방식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목 전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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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종교에 미친 영향

종교는 보건 위기에서 치유자 역할보다 정부 정책의 호응, 감염·전파의 억제라는 소극적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보건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과 과학자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공권력이 보조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종교가 수동적, 소극적 역할에 머묾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에게 종교의 권위를 상대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종교는 전통적으로 치유자 역할을 통해 권위를 인정받아 왔는데 팬데믹으로 과학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이 때문에 국가의 방역 정책에 어느 종교가 가장 순응적이었고, 집단 감염을 덜 시켰으며, 사회봉사에 적극적이었는지가 종교의 사회적 신뢰도와 권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물론 종교가 과학만큼 전문성을 가질 수 없고, 전문성을 가질 만큼 방역에 투자할 만한 재원도 부족하기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신자들을 설득하고(의미 위기의 해결),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도 설득력 있는 행동 조치를 선택(취)하며, 어려운 상황에도 희생하며 봉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뢰와 권위를 얻어야 할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교회는 변화를 겪었다. 양적 변화는 교세 감소, 성장률 둔화로 나타났다. 질적 변화는 신앙을 상대화하는 신자들의 의식이 커지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조사 결과에서는 신자 여부를 막론하고 교회에 기대하는 바가 드러났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시노달리타스적인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강한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교회 문턱을 낮추고 문을 넓힐 때 코로나로 촉진, 심화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소통 기술ㆍ방식은 교회가 선택해야 할 선교와 사목의 유용한 방편이다.

피터 버거는 종교가 위기 상황이 오면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의 권위 재확인(연역적), 전통의 세속화(환원적), 전통 안에 있는 경험 재발견과 이의 회복(귀납적) 등 세 가지다. 버거는 근대의 도전으로 야기된 세속화보다 다원화된 상황이 종교 전통들이 권위를 상실하는 데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세 가지 방식을 재정리하면 연역적 대안은 정통주의, 환원적 대안은 당대 의식과 문화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적응주의, 귀납적 대안은 합리주의로 옮길 수 있다. 부연하면 연역적 대안은 역사와 전통이 보증하는 방법에 충실한 방안이다. 가톨릭교회로 치면 전례와 성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엄격히 거행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전통이 보증한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교리에 충실하여 위기로 흐트러지고 약화된 의미 체계를 다시 강화하는 방식이다.

버거의 세 가지 대안을 기준으로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정상’을 전망해 본다. 근대 이후 200년 동안 종교가 보여온 모습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로 본다. 그다음으로 귀납적 방법을 선택하는 이들이 두 번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의미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은 환원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종교성을 더 약화시키면서 탈종교적인 종파 운동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만큼 주류 집단에서는 멀어질 수 있겠다. 이것이 코로나19 이후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종교의 ‘뉴 노멀’일 것이다.

박문수 박사(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백서 구입 문의 : 02-460-7582~3,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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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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