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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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네 가지 유형

[월간 꿈 CUM] 삶의 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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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모든 사람은 나에게 빚진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은 나에게 빚을 지고 있으니까 그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나를 위해서 봉사하고 희생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남들로부터 봉사 받고 남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은 “부모는 나를 낳았으니까 당연히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책임이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도 나에게 생명을 주셨으니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너의 불행이지 나의 불행이 아니야’, ‘그것은 너의 일이지 나의 일이 아니야’, ‘그 문제는 너의 문제이지 나하고는 상관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철저히 자기 자신 속에 갇혀 있기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줄도 모르고 또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냉담합니다.

셋째, “내가 남에게 받은 만큼만 베푼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지극히 계산적인 사람이지만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남이 자기에게 베푼 것은 알고 있고 그 만큼은 베풀어줄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은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빚지고는 못 사는 사람’입니다.

넷째, “나는 사람들로부터 빚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과연 이런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이 부류에 속한 사람은 첫 번째 부류, 즉 “모든 사람은 나에게 빚진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정반대의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그것을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면서 살아갑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그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베풀어준 모든 사람에게 은혜롭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또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은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나아가서는 보살펴 주고 위로해 주고 염려해 주는 주변의 많은 이웃 사람들께, 그리고 우정을 나누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나에게 베풀어진 위대한 선물, 감사로운 은혜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이 네 가지 유형 중에 어느 유형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쩌면 나도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은 나에게 빚진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을 당연한 것처럼, 내가 마땅히 받아야 될 것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소중한 생명,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들, 가족, 친지, 친구들, 그리고 나 자신의 능력과 재능. 이 모든 것이 어찌 당연히 주어진 것들이겠습니까? 과연 우리가 하느님께 무엇을 드렸기에 그런 모든 것들이 나에게 그저 주어졌겠습니까?

‘나’라는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과 발이 필요합니까? 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해 주는 태양과 푸른 나무들, 내가 먹을 수 있도록 쌀과 채소를 생산하는 농부들, 어부들의 투박한 손과 휘어진 허리의 고통, 내가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공장에서 늦도록 일하는 노동자들의 땀방울들, 그리고 나와 우정을 나누며 고민을 함께 나누고 말벗이 되어주는 친구들, 그리고 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까지 끊임없는 가르침을 베풀어 주신 은사님들, 그리고 언제나 나를 위해 염려하고 건강하게 바르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뒷바라지하고 기도하시는 부모님.

어느 것 하나 나에게 당연히 주어진 것이 없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그 모든 것, 그 사람들 때문에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빚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해서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참으로 고마움을 가지면서, 그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그 모든 것, 그것은 곧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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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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