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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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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안식처여야 할 ‘집’이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어 전세사기의 지옥도가 펼쳐졌습니다. 아무나 임대하고, 아무렇게나 중개하고, 아무거나 세를 놓아도 괜찮은 나라에서 집으로 돈을 버는 이들에게, 세입자는 가장 쉬운 먹잇감이었습니다.”

2월 24일 서울 관철동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울려퍼진 ‘추모와 다짐의 글’은 이렇듯 피해자들에게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위로를 전했다. 그 말과 함께 이날 행사에서 울려퍼진 가장 단호한 메시지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특별법은 피해자들에게 반쪽짜리 특별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또 다시 전세대출을 받을 것을 구제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건 피해자부터 구제하고 임대인에게 추후 피해액을 징수하는, 피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나라다.

한편 모든 걸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일각은 피해자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네 잘못”이라는 등 행위자인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하지만 약한 이들을 지키는 교회는 책임 추궁보다 도덕성에 대한 연대를 강조한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사회 전역에 갖가지 방식으로 난무하고 사회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불의와 폭력의 죄가 있을 때, 이를 고발할 의무가 있다”(81항)고 가르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 황인근 목사도 추모사에서 “올무를 놓고 기다린 악한 자들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리스도인이면 피해자들이 자책하고 삶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께해야 한다.



박주헌 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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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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