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탄다’라는 말이 요즘만큼 어울리는 때가 있을까.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에 환자와 그 가족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게 가톨릭평화신문 기자의 사명이라지만 우리 사회에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글쎄, 어쩔 수 없이 한숨이 새어나온다.
여러 이해관계 속 피해는 고스란히 가장 약한 이들에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고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출신 두 제자가 스승의 모교에 입학해 각각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는 것. 이 신부의 정신을 이어 오랜 내전으로 빚어진 ‘의료 공백’을 메꾸겠다는 당찬 포부는 마치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과 같은 형상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 한국천주교회에도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대교구의 새로운 보좌 주교 탄생은 수많은 과제를 마주하는 교회에 그 자체만으로 큰 활력이 되어 다가왔다. 새 보좌 주교로 임명된 이경상 신부의 “보좌가 뭔지 보여주겠다”는 시원한 다짐은 저절로 미소 짓게 했다.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노고와 애환에 대한 감수성과 연민을 가지는 주교가 되고 싶습니다.” 새 주교 임명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꽁꽁 언 신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이경상 주교 임명자가 성전을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박수를 보내는 개포동본당 신자들의 모습을 담고자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환한 웃음은 그저 주교를 배출했다는 기쁨만은 아닌 듯했다. 이제 와 그 의미를 곰곰이 짚어 본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찾아올 부활. 다시 말해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