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감수성 자체에 대해 처음 생각해봤습니다. 평화란 거창한 게 아니더라고요. 잔잔한 미소, 작은 배려가 곧 평화를 위한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2월 24~25일 서울 삼양동 도미니코수도회 수도원에서 개최한 ‘청년 평화 감수성’ 피정에 참여한 청년들은 저마다 평화의 사도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청년들의 일상 안에 작은 평화를 심어주고자 마련한 자리로, 서울 민화위가 ‘평화 감수성’을 주제로 젊은이 피정을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정에는 북향민 청년들도 함께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만큼은 출신 지역이 상관없었다. 피정이 끝날 때까지 누가 북향민인지 모르는 청년들도 여럿 있을 정도로 서로 하나 된 자리였다. 기도와 친교 안에서 오로지 ‘평화’만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 말 그대로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자리였다.
청년들은 1박 2일간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몸으로 부딪히고 오감으로 느끼는 평화를 체험했다. 감정 카드를 하나씩 선택해 번갈아 가며 대화하기도 하고, 환대와 경청이 관계 맺기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익혔다. 또 단체 인형극, 평화 롤러코스터 등 이색적인 놀이 체험을 통해 모두가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시간도 가졌다. 평화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평화 콘서트’도 열렸다. 파견 미사는 청년들이 직접 준비하면서 전례의 능동성을 더했고, 평화의 인사 때는 서로를 뜨겁게 안아주며 앞날을 축복했다.
배수빈(크리스티나)씨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생긴 분란과 미움이 씻겨 내려간 기분”이라며 “일상에 복귀해도 상황은 그대로겠지만, 내가 한 발 먼저 더 다가가고, 솔선수범하는 것 또한 평화를 향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남한 생활 7년 차 박진우(가명)씨는 “참 평안한 시간이 됐고, 또래 청년들과도 그새 정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잡히는 등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어렵사리 도착해서도 한동안은 ‘조선족’이라 불리면서 크고 작은 차별을 겪기도 했다. 박씨는 “버티다 보니 좋은 사람도 만났고, 지금은 엔지니어 회사에 들어가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돌아보니 모두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느끼며, 피정을 통해 어쩌면 나도 이제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서울 민화위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청년들이 어떤 면에서는 평화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면 누구나 평화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며 “청년들과 평화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두 번째, 세 번째 피정도 이어가고자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