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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공성사는 자비의 은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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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은 두 차례 판공성사의 기회를 갖는다. 신앙인으로서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신자들에게 부여되는 판공성사는 한국교회만 갖고 있는 고유한 전통이다. 하지만 판공성사를 빠짐없이 하는 신자들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판공성사, 즉 최소한 1년에 한 번씩은 고해성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신앙생활의 의무에 속하기 때문에 사실 많은 신자들이 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런 부담감 때문에 판공성사를 빠뜨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냉담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판공성사를 의무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판공은 신자로서 최소한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정화하는 은총의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판공성사가 우리에게 주는 은총임을 깨닫는다면 그것을 강제적으로 부과되는 부담스런 의무로만 받아들일 일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고해성사를 통해 죄사함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특히 우리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우리 잘못, 그리고 그 잘못에 대한 용서는 모두 사회적 차원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교회와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께 죄를 고백한다.

우리는 주말이면 바쁜 주중에 미뤄둔 청소를 하고, 봄이 되면 온 집안을 쓸고 닦는 대청소를 한다. 사순 시기는 주님의 영광스러운 부활을 준비하는 때다. 주말이 되고 봄날이 되면 청소에 나서듯이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성찰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판공에 빠짐없이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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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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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3장 18절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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