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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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월간 꿈 CUM] 안성철 신부의 십자가의 길 묵상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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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구세주 예수님,
저희를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셨으니 
저희도 십자가에 못 박혀
다시는 저희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주님을 위하여 살게 하소서.
구세주 예수님,
혹시라도 영원히 주님을 떠날 불행이 저희에게 닥칠 양이면 
차라리 지금 주님과 함께 죽는 행복을 내려주소서.

인성을 취해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이 우리가 느끼는 것과 똑같이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십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기도를 할 때 이 순간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온몸으로 받아들이신 죽음을 함께 묵상합니다.

예수님은 죽음 직전에 큰 소리로,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습니다. 이는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입니다.(마태 27,46 참조)

아버지 하느님과 일치 안에서 평생을 사셨던 예수님께서 죽음 앞에서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탄성을 질렀다는 사실은, 죽음을 체험 삼아 해 보신 것이 아니라 인간이 느끼는 것과 똑같은 감정으로 죽음을 맞이하셨음을 드러냅니다. 죽음은 참으로 두렵습니다. 죽음의 본질은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철저한 고독을 경험한 일이 있습니다. 큰 병을 얻어 고통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수술을 받았는데, 깨어나면서 꿈을 꾸었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과 함께 밤에 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꿈속에서 밤의 사막은 춥고 어두운, 말 그대로 공포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사람들의 무리에서 자꾸만 뒤처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빨리 걸어도, 심지어 뛰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애타게 그들을 불러 보았지만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공포감에 사로잡힌 나는 주저앉아 서럽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꿈속에서만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깨어나 보니 베개가 눈물로 푹 젖어 있었습니다.

나는 꿈에서 깨어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죽음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내가 경험한 죽음은 철저히 혼자가 되는 것, 바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죽을 때 모든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 두고 가야 합니다. 오로지 혼자서 그 길을 걸어야 합니다.

사제로서 임종을 앞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미지의 세계로 혼자 걸어가야 하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드러내십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십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편안한 마음으로 임종을 맞이하십니다.

십자가 위에서 철저한 고독을 체험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보다 앞서서 죽음의 고통을 넘어서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삽화 _ 김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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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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