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 gence)이 사람들의 정보ㆍ현실 인식 방식에 영향을 주는 등 ‘유사 종교’의 지위를 갖게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교황청ㆍ이탈리아에서 인공지능 윤리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파올로 베난티(교황청 그레고리안대 윤리신학 교수) 신부는 7일 교황청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이 우리를 현실로부터 단절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난티 신부는 “챗GPT를 비롯한 대형 언어 모델 인공지능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불안 통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면서 “이렇게 인공지능 기술이 불안 통제라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기계에 대한 믿음이 과해진다면 이는 ‘유사 종교’와 같은 형태로 변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지식’과 ‘데이터’는 사람들이 현실을 이해하는 틀로 사용되며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베난티 신부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난티 신부는 “인공지능에 사람들이 의존하기 시작하면 인공지능 기술로 처리할 수 있는 작업들에 대한 관심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해당 작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인지력 약화로 이어지고 추론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회는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를 윤리적으로 사용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해온 바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에서 인공지능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를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할 국제조약 체결을 주문한 바 있다.
이같은 행보의 연장선으로 교황청은 8일 바둑 AI ‘알파고’로 알려진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를 교황청 과학아카데미 정회원으로 임명했다. 교황청 과학아카데미는 과학ㆍ기술ㆍ의료 분야 윤리·철학과 이와 관련된 교리 등을 연구ㆍ자문하는 기구다. 전 세계 최고 인공지능 전문가로 꼽히는 하사비스의 과학아카데미 정회원 임명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교황청의 관심을 잘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