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최근 조국혁신당이 돌풍입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정당 투표 지지율이 일부 여론조사(갤럽, 3월1주차)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 정당을 따라잡았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결과를 자세히 살피면 달리 보입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에 대한 20대와 30대의 지지율은 1로 나타났습니다. 주 지지층은 40대 이상의 일명 강성 지지층으로 나타납니다. 공정에 민감한 2, 30대는 여전히 조국 대표를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조국 대표가 무엇을 하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하는 팬덤정치가 조국혁신당 돌풍의 바탕인 것입니다.
“비명횡사·친명횡재”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입니다.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 직전까지 갔었던 이재명 대표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부릅니다. 공천결과를 보니 이 대표의 신임을 받는 사람들이 주로 공천을 받았습니다. 평소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하던 이들은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대표는 시스템공천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밀실 공천이라고 합니다.
민주당의 공천 결과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이들마저 이재명 대표의 책임을 지적합니다. 이 대표가 총선 승리가 아니라 자신이 감옥에 가지 않는 것에만 신경 쓴다는 것입니다. 방탄복, 방탄유리처럼 총선을 통해 ‘방탄국회’를 만들어 이 대표의 구속이나 체포를 피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바탕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하는 진영정치, 팬덤정치가 있습니다.
진영정치, 팬덤정치가 판을 치자 어떤 후보는 벌써 당선 축하 파티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지지자들과 함께 당선 축하 파티를 했습니다. 경선이 끝나고 공천이 확정되자 열린 축하파티였습니다. 후보자도 알고 지지자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치인으로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는지 말입니다. 진영정치, 팬덤정치만 붙들고 있으면 일부 선거구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었던 겁니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진영정치, 팬덤정치를 없애기보다 더 확장하고 키우려고 합니다.
이런 진영정치, 팬덤정치 속에서 각 당의 비전이나 가치가 담긴 공약은 사라졌습니다. 선거일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각 정당은 저출산과 기후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과 공약을 가졌는지, 유권자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낙태죄 개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포시의 서울편입처럼 실현 불가능한 공약은 벌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니면 말고’ 식 공약이 홍수를 이룹니다. 당선에 공약이 무의미하니 전통시장 방문처럼 각종 이벤트가 주요 선거운동이 됐습니다.
진영정치, 팬덤정치로 시작하는 이번 총선은 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당정치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소중한 선거를 이렇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유권자가 깨어있어야 합니다. 상대 당에 대한 혐오와 증오심을 유도하는 정치인을 피해야 합니다. 진영과 팬덤이 아닌 깨어있는 마음으로 후보자를 살펴야 합니다. 교회 가르침을 기초로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핀다면 공동체를 위한 진정한 살림꾼이 보일 것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팬덤정치와 총선 >입니다. 혐오와 증오가 아닌 깨어있는 정신으로 바른 투표를 하는 우리 유권자들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