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재진 바오로(신문취재팀 기자)
보건소에서 받은 월급으로 달걀을 사서 결핵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환자 진료를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옥탑으로 올라가고, 시각장애인 환자들을 위해 점자 약봉지를 만든 일까지. 환자만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의사가 된 후 평생을 환자들만 생각하며 살아온 박언휘(엘리사벳, 박언휘종합내과) 원장 이야기다.
박 원장은 지금도 일주일에 70시간 넘게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조금이라도 더 진료하고, 할 수 있는 사명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그는 해마다 1억 원이 넘는 백신을 기부하고 있고, 노인과 장애인들의 건강을 돌보는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의사다. 그의 하루하루가 진정으로 환자들을 위하는 '참 의사’를 만들고 있었다.
요즘 우리는 박 원장 같은 의사가 필요하다. 의료 파업으로 한 달 넘게 애꿎은 환자들만 피해를 보는 현실에선 더 그렇다. 의료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환자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원장과 국립대 총장,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의사들과 학생들을 향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학생들은 흰 가운을 입고 졸업식장에서 제네바 선언을 한다. 다음은 제네바 선언의 일부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의료 파업으로 오늘도 환자들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떠돌고 있다. 환자들은 의사들이 하루빨리 병원으로 돌아와 주길 호소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비판이 아닌,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