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사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데 이어, 교수들이 사직하기로 하는 등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 병원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톨릭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병원 중 가톨릭대학교 대전·부천성모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은 홈페이지에 진료 차질 사실을 밝히고 이용객들의 이해를 구하는 공지의 글을 올렸다. 서울성모병원도 비상 경영을 강구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다른 대형 병원들도 거액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드러내기를 꺼리는 다른 병원들도 직원들이 무급휴가에 들어갈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 그럼에도 증원을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지혜를 모아 문제를 풀어야 할 시기다. 먼저 의사는 국민들이 증원을 원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인구 고령화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등을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또 증원 규모를 정하는 건 정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30~40년간 의사 외에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역 선발 인원은 꾸준하게 늘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해당 단체 의견을 참고했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인원을 정하지는 않았다.
의사만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의 주장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증원 규모, 연차별 계획 등 수정이 가능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가톨릭의료기관의 영성은 ‘치유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체현하여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이다. 즉 의사는 치유자에 해당한다. 이를 토대로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